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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뒤흔드는 극우 바람] 미 정치권 트럼피즘 갈수록 기세…차기 대선에 극우 광풍 다시 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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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9호 13면

SPECIAL REPORT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시대는 끝나더라도 트럼피즘(Trumpism)은 계속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 중간선거 이후 차기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 지형을 이렇게 전망했다. 최근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미국 사회 내부의 극우화 추세는 여전히 대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중간선거를 통해 몸집을 키운 ‘트럼프 키즈’들도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등에 업고 목소리를 키워갈 태세다. NYT가 “트럼프의 그림자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 이유다.

실제로 최근 미 정치권에서는 ‘제2의 트럼프’를 꿈꾸는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극우적 발언을 통한 이슈 몰이에 나서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J D 밴스가 대표적이다. 올해 정계 입문 후 트럼프의 공개 지지를 받은 밴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쳤다. 또 미국 내 이주민에 대해 “국경을 넘어오는 독극물”이라며 강경 혐오 발언을 하는가 하면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서도 “선거가 도둑맞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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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경 장벽 정책을 계승하며 3선에 성공했다. ‘반이민 정치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그는 지난 4월엔 “바이든 정부 정책에 따라 입국한 불법 이민자들이 지역사회를 압도하고 있다”며 미 남부 국경을 넘어온 이민자들을 버스 900대에 나눠 태운 뒤 워싱턴DC로 강제 이송하기도 했다.

최근엔 ‘리틀 트럼프’로 불리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새로운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3선 하원의원 출신인 그는 평소 낙태 금지법에 찬성하고 성 소수자 교육을 금지하는 등 ‘트럼프의 복심’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마는 없지만 지능을 갖춘 트럼프”라며 “보수적 성향이 짙으면서도 트럼프보다 정책적 디테일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14일 발표한 디샌티스 주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가상 경선에서도 디샌티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52%로 절반을 넘어 트럼프(38%)보다 14%포인트나 많았다. 데이비드 팔레오골로스 서포크대 정치연구센터장은 “공화당원과 보수 무당파층이 점점 더 ‘트럼프가 없는 트럼피즘’을 원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처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외로 고전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 또한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트럼피즘을 앞세운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 오히려 더 지지세를 넓혀 가는 데는 트럼프 지지층이 직면한 현실적 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걸림돌이다. 미 하원 특별위원회도 지난 19일 지난해 미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폭동 선동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미 의회가 전직 대통령 처벌을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커질수록 위기감을 느낀 지지자들이 ‘대안’을 적극 모색하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 양극화가 한층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내세우는 배타적인 리더십만이 실업·인플레 등 경제·사회적 위기로부터 자신들을 구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극우·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도 트럼피즘 약진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눈앞의 생계가 위협당하면 기존의 합리적 가치 판단과 민주주의 작동 방식은 한순간에 붕괴되고 이는 곧 극단적 투쟁으로 이어지면서 자신들을 이끌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이민자 등을 공공의 적으로 삼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피즘에 경도된 극우 성향 정치인들이 차기 대선에서 얼마만큼 돌풍을 일으킬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카스 무데 조지아대 교수는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저소득층 백인 남성의 표심뿐 아니라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겪는 경제적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파고드는 극우 정치인이 등장할 경우 트럼프보다 확장성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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