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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신데렐라는 남성이 먼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9호 21면

신데렐라는 없었다

신데렐라는 없었다

신데렐라는 없었다
이영미 지음
서해문집

언제까지 뻔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되풀이할 건가. 가난한 여주인공과 재벌급 남주인공의 해피엔딩 로맨스 드라마가 나오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실제로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후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등 2010년대까지 신데렐라 스토리가 꾸준히 생산됐다. 그런데 알고 보면 한국에서 신데렐라가 득세한 건 그때뿐. 오히려 1960년대엔 영화 ‘맨발의 청춘’ 속 신성일처럼 ‘신데렐라맨’이 대세였다.

저자는 심순애부터 길라임까지, 신데렐라 서사의 변천을 통해 자본주의 지배질서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사회심리를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신데렐라가 활약한 1990~2010년대 초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신뢰가 정점을 찍고 재벌에 대한 호감도 높았다. 최근 신데렐라의 실종은 양극화와 청년 실업 등으로 계층 상승 사다리가 끊어졌음을 대중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의 핑크빛 스토리 대신 상류층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는 ‘펜트하우스’류 막장드라마가 대세가 된 세상은 암울한 걸까. 돈과 권력을 욕망하면서도 그것으로만 굴러가는 세상에 분노하고, 사회적 정의에 관심을 쏟는 대중의 태도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저자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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