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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에 구속된 이임재…'허위보고서'에 끄덕인 영상이 결정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의혹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이 23일 구속됐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손제한 경무관·특수본)의 영장신청서를 토대로 업무상 과실 부분과 허위공문서 작성·동 행사 혐의를 보강한 끝에 영장을 발부받았다. 특수본은 오는 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이어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도 다음주 신청해 소방과 용산구청의 사고 부실 대응 1차 책임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 부실 대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3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밤 이 전 서장과 송 경정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피의자들이 구속영장청구서 기재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음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 전 서장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허위공문서작성·동 행사 혐의로, 송 경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5일 1차 구속영장 기각 후 18일 만의 영장 발부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만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1차 영장실질심사와 달리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이 전 서장의 이태원 사고 현장 도착 시각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 내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의 팽팽한 의견 진술이 이어졌다. 이 전 서장이 약 2시간, 송 경정은 1시간 30분가량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특수본은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라며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 것과 비교해 상황보고서 조작 혐의가 영장 발부에 결정적인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사고 당일 오후 11시 5분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자신이 실제보다 48분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고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았다며 허위공문서 작성·동 행사 혐의를 2차 구속영장신청서에 추가했다. 검찰과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해당 상황보고서를 이태원 파출소에서 도착해 보고 받은 뒤 고개를 끄덕인 영상 자료와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전 서장에게 고의성이 있음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긴박한 상황 속 이 전 서장이 상세한 내용까지 검토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특수본 측은 송 경정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 작성·동 행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지만 이 전 서장 보고 후 송 경정이 상황보고서를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것을 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수본이 지난달 1일 수사 개시 후 52일 만에 사고 현장에 출동한 현장 지휘관의 첫 구속 영장을 발부 받으면서 1차 현장 대응의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과 용산소방서의 책임자 신병 확보와 서울시와 소방청 등 상급 기관을 향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지난 5일 핼러윈 인파 우려를 담은 정보보고서를 사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이 구속됐지만 사고 원인·부실 대응과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사안이었다. 특수본은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고 당일 현장 책임자인 이 전 서장과 송 경정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오는 2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재난안전과장도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책임자를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묶은 특수본의 법리에도 힘이 붙게 된다. 특수본은 재난 안전의 1차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과 재난안전기본법상 긴급구조기관인 소방이 경찰보다 사고 예방과 구조 실패에 더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일 박 구청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최 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수본은 박 구청장과 최 과장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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