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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세액공제 20%→8%로 후퇴…양향자 “부결시켜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증권거래세 등 각종 세금을 낮추는 내용의 부수법안도 함께 국회 문턱을 넘는다. 정부는 세제 개편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을 덜겠다는 방침이다.

세제는 전반적으로 세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기본 공제금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린다. 공시가격 합산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경우 종부세 부담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에는 공제금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한다.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공시가 18억원 주택까지도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각각 9억원의 공제를 받아 과표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다주택자에 더 무겁게 부과했던 세율도 완화한다.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을 보유한 사람도 기존의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부과한다. 0.5~2.7%를 적용한다.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도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 3주택 이상이더라도 과세표준이 12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일반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세율을 기존 최고 6%에서 5%로 하향 조정했다. 세율은 2.0~5.0%에서 누진제를 적용한다.

당초 정부는 주택 수를 기준으로 한 중과세율을 아예 없애려고 했다. 그러나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반대로 한발 물러섰다. 결국 여야 합의안은 일반세율과 중과세율 체계를 유지하되, 3주택 이상 과표 12억원까지는 일반세율로 과세하는 식으로 절충을 찾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부자 감세’ 논쟁을 치른 법인세는 현행 과표 4개 구간별로 각 1%포인트씩 세율을 낮춘다. 당초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 대상)을 25%에서 22%로 하향하려고 했다.

이번 세제 개편을 두고 여야가 강한 대립을 끝에 나온 합의안은 양측 모두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당초 정부는 특히 법인세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며 “낮은 법인세 체계가 한국 대기업의 세계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정의당은 “모든 과표 구간에서 1%포인트씩 인하했다고 해서 부자 감세가 서민 감세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종부세가 누더기로 전락해 집부자들에게 큰 혜택을 안겨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계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법인세율 인하 폭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충분하지 못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해외자본의 국내 유치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과세표준 구간별로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한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최고세율이 글로벌 수준보다 높아 미래투자를 위한 여력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는 내년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비해 예산 사업의 효과가 취약 계층에 집중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내년이 저소득 가구와 청년 등에 더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수 있다”며 “각종 재정 사업을 운영할 때 보편적인 지원을 하기보다 어려운 사람에 효과가 집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세 등 세 부담 완화와 관련해 양 교수는 “당장 내년에 즉각적인 투자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법인세만 떨어진다고 투자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수요가 확대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구간의 법인세율은 1%포인트씩 낮춘 것은 더 많은 기업이 폭넓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늘리는 내용 등을 포함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도 이날 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개정안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백신)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에 대해 투자금액의 8%를 세금에서 공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애초 여당은 2030년까지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투자금액 대비 세액공제를 대기업은 20%, 중견기업은 25%로 하자는 입장이었으나, 야당은 대기업 세액공제율 확대에 대해 '재벌특혜'라며 반대했다. 야당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각각 10%, 15% 제시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 심사는 4개월째 표류했고, 결국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8%로 하자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최종 수용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액공제 비율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다. 중견·중소기업은 기존 세액공제 비율을 유지하되 대기업만 2%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번 세액공제 확대 폭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야당이 제시했던 안보다도 더 후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의 자국 시설 투자액에 25%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중국도 2025년까지 187조원을 들여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K-칩스법’이 반쪽짜리가 됐다”며 개정안에 대한 부결을 호소했다. 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다드는 25%,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무려 100%다. 한국 8%,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벌써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원에 달한다. 코리아 엑소더스 규모는 이제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양 의원은 그러면서 “여야 선배 동료 의원님들께 호소드린다”며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을 오늘 본회의에서 부결시켜달라”고 했다.

한편 조특법 개정안에는 올해 하반기(7월∼12월) 버스비, 지하철 요금 등 대중교통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80%로 높여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한 카드 사용금액(현금 직불카드 포함)에 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개정안은 기존 40%였던 소득공제율을 올해 하반기 80%로 인상해 적용하는 게 골자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도 2025년까지 2년간 연기된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250만 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수익을 올린 가상자산 투자자는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날 법안이 처리되면 내후년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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