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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결국 28㎓ 주파수 반납하는 KTㆍLG유플…빈 자리 누가 채울까

중앙일보

입력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5G 28㎓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5G 28㎓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KT와 LG유플러스가 결국 5세대(5G) 28㎓ 주파수를 반납하게 됐다. 지난달 취소 통보후 한 달여 동안, 두 회사 모두 처분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기회를 주면 더 해보겠다”는 제스쳐 없이 28㎓를 포기한 것. 앞으로 28㎓ 대역은 어떻게 될까.

용어사전5G 28㎓

5G의 28㎓ 대역은 4세대 이동통신(LTE)보다 이론상 20배 빠르다. 그러나 현재 통신사들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5G는 이론적으로 LTE의 4배 속도에 불과한 3.5㎓ 대역이다. 28㎓는 3세대 이동통신(3G)ㆍLTE 통신보다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해 다른 무선 통신의 간섭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 인파가 밀집한 경기장이나 쇼핑몰 등에서도 끊김 없이 영상 전달이 원활하다. 다만 전파의 도달 범위가 짧고, 장애물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통신 장비를 더 촘촘하게 세워야 해 구축 비용이 늘어난다.

무슨 일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5G 28㎓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에 대해서도 이용 기간을 단축(6개월)하기로 한 기존 결정을 유지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8일 5G 주파수 할당조건에 대한 이행점검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초 청문 절차를 거쳐, 이날 통신 3사에 최종 결과를 통보 했다. 이에 따라 LG유플러스와 KT의 28㎓ 대역 사용은 이날 부로 중단된다.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5G 28GHz 기지국 수가 당초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KT와 LG유플러스의 5G 28GHz 기지국 수가 당초 주파수 할당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확정했다.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중요해

◦ ‘통신 시장 경쟁’ 숙원, 해결될까: 정부는 취소된 2개 대역 중 하나를 기존 통신사 아닌 신규 사업자에 할당할 방침이다. 오랫동안 3사 체제로 굳어진 통신 시장에 ‘메기’를 풀겠다는 것. 이에 따라 KT나 LG유플러스 중 한 곳은 28㎓ 주파수를 못 쓰게 된다. 두 회사 다 28㎓ 구축 의지가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모두 신규 할당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통신사도 “수익성이 없다”고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느냐가 관건.

서울 성동구 지하철2호선 신답역에서 열린 28㎓ 5G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 실증 착수회. 연합뉴스

서울 성동구 지하철2호선 신답역에서 열린 28㎓ 5G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개선 실증 착수회. 연합뉴스

취소 되면 어떻게 되나

◦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은 그대로: 국내에는 아직 28㎓ 단말기가 없어서 소비자에 직접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8㎓를 연결망(백홀, 기간 통신망과 사용자 기기를 연결하는 전송망)로 쓰는 지하철 와이파이 구축 사업은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약속한 것은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현재 기지국 구축은 완료됐고, 지하철 객차에 관련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 지하철 2호선과 5~8호선에 한해 예외적으로 내년 11월 30일까지 28㎓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신규 사업자, 누가 들어올까

◦ 마음 급한 건 정부: 이례적인 ‘할당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는데 그 자리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면 어쩌나, 정부도 고민이 많다. “미래 산업 인프라를 위해 28㎓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한 신규 사업자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음5G가 모범 사례”: 과기정통부는 당장 내년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가지고 사업자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이음5G(5G 특화망) 도입 초창기에도 업체들은 “와이파이도 충분한데, 왜 우리가 자체 망을 구축해야하냐”며 호응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해 12월 최초로 도입한 이후 1년 만에 18곳으로 늘었다. 현재는 안정적인 네트워크 정책으로 자리매김 한 상태. 정부 관계자는 “당시에도 사업자들을 만나 직접 설득했고, 실제 도입까지는 수년이 걸렸다.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28㎓에서 기회를 찾는 사업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가 제시한 당근은?: 신규 사업자가 통신 3사와 같은 규모로 사업을 하는 게 무리라는 건 정부도 알고 있다. 그래서 주파수 이용 단위를 전국 또는 지역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정책 수단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유력한 방안으로는 신호 제어용 주파수(앵커 주파수) 공급이 꼽힌다. 기술적 한계로 5G 28㎓ 주파수 대역은 무선망에 단독으로 접속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없다. 따라서 6㎓ 이하의 신호 제어를 위한 주파수가 별도로 필요하다. 이 대역은 시장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28㎓와 세트로 판다면 사업자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 스타링크? 이음5G 사업자?: 글로벌 위성통신 사업자 ‘스타링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관련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음5G 사업을 하고 있는 네이버나 LG CNS, CJ 올리브네트웍스 등의 업체들도 거론되지만 적극 나서는 곳은 아직 없다. 익명을 요청한 이음5G 사업자는 “내부에서 논의되는 건 없다.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가더라도 28㎓로 당장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