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은 출국금지 상태입니다” 최도술 조서 속 그날 ⑨

  • 카드 발행 일시2022.12.26

9회. 최도술의 진술 

고객님은 출국금지 상태라서 비행기에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2003년 9월 3일 인천공항. 경남 진영읍에 사는 친구 부부와 부부 동반으로 러시아 관광 여행을 떠나려고 출국수속을 밟던 50대 중반의 청와대 공무원에게 공항 직원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통보했다.

순간 얼굴에 당황한 빛이 스쳐갔다. 공무원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이윽고 출국 허가 통지가 내려졌다. 가까스로 공무원과 아내, 친구 부부 등 4명이 해외 여행길에 올랐지만 그중 유독 한 사람의 마음은 무언가에 짓눌린 듯 무겁기만 했다. 해당 공무원은 보름전인 8월 17일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표를 내기 전까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최도술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으로 통했다. 막상 청와대의 힘으로 출국하긴 했으나 러시아 여행을 마치고 9월 8일 귀국할 때까지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지난 회에선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 김창근 SK㈜ 사장 등 세 명이 2003년 8~10월 대검 중수부 조사 때 진술한 11억원어치 CD 전달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그렇다면 시시각각 목을 조여오는 수사의 칼날에 CD 수령자인 최도술과 이영로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당시 최도술을 조사했던 D검사의 기억이다.

부산상고 선후배인 이영로(45회)·최도술(54회)은 노무현 후보(53회)의 후원과 지지를 매개로 끈끈하게 맺어진 사이였다. 최도술이 SK그룹에서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인지한 날은 2003년 9월 3일이었다.

송광수 검찰은 이미 8월부터 최도술의 계좌 추적에 돌입하면서 출국금지를 해놓은 터였다.

당시 상황과 심경은 2003년 10월 31일자 최도술(10월 15일 구속)의 검찰 신문조서에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