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SK주유소에 물류센터 만드는 네이버, 뭘 노리나 보니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가 SK에너지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만든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를 위한 배송·물류 로드를 촘촘하게 깔아 커머스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큰 그림이다.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SK에너지와 손잡고 ‘도심물류 서비스 공동개발 및 미래 TECH(기술) 협력’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SK에너지가 보유한 주유소를 네이버쇼핑 물류센터로 삼고, 네이버의 인공지능(AI)·로보틱스 기술을 심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 내년 초부터 중소형 판매자의 상품을 수거·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SK 주유소 부지에 도심형 풀필먼트 물류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SK에너지

네이버·SK에너지

왜 중요해

◦ 네이버 물류 더 빨리: 네이버는 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하지만, 자체 물류 인프라는 없다. 때문에 대형 물류센터를 직접 구축해 배송 속도를 높인 쿠팡에 비해 배송 경쟁력이 약하단 평가를 받는다. 대신 네이버는 CJ대한통운·파스토·품고 등 물류사들과 ‘물류 동맹’을 꾸려 물류·배송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협약도 연장선 상에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중소형 판매자 55만명(2022년 12월 기준)이 빠르게 물건을 배송할 수 있도록 ‘물류 로드’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번 협력으로 전국의 SK주유소를 도심 속 소형 물류창고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주유소 부지는 도심형 물류의 최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 주유소의 변신 : 전기차가 늘면서 정유업계도 주유소 활용 전략을 고민한지 오래다. 물류 허브는 유력한 대안이다. 교통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 부지를 MFC로 활용한다면 임대 수익은 물론 다양한 연계 사업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GS칼텍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케아 가구를 주유소에서 받아볼 수 있는 ‘픽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서초구 내곡 주유소에 무인 MFC를 두고 하루 3600여개 택배를 처리할 예정이다.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는 “SK에너지는 주유소를 활용한 친환경 도심 물류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소비자 일상 속 주유소의 새로운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앞으로는

네이버는 주유소 기반 MFC를 지역 사회와 결합하면 지역 상품을 싼 값에 공동구매하거나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배송과 연계하는 등의 사업 모델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은 구상 단계다. 네이버 관계자는 “물류 시스템은 인프라 연동이 복잡하고, 수요예측 등 네이버의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_SK주유소

주유소_SK주유소

우선 내년 초 네이버에 입점한 중소형 판매자 상품을 모아서 공동 집하하는 ‘더 착한택배’ 서비스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SK에너지가 투자한 물류 기업 ‘굿스플로’가 판매자의 상품을 방문 수거하면, 배송사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해주는 식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먼저 시범 운영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SK에너지는 AI, 클라우드, 로보틱스 등 다방면에서 미래 물류기술 혁신을 위한 협력도 함께 한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총괄 좆기인 네이버 포레스트(Forest) CIC의 이윤숙 대표는 “SK에너지와 물류 자동화, AI 수요 예측 효율화 등을 협업해 중소상공인(SME) 중심의 온디맨드(수요 응답형) 물류를 확대하고, SME의 물류 부담을 줄여 새로운 커머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커머스·물류 업계에선 네이버가 물류센터를 직접 짓지 않고 제휴·협력만 하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이 얼마나 남는 장사가 될 지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와 경쟁하는 쿠팡이 최근 흑자전환 하면서 양사의 전략 성과는 더욱 더 비교 대상이 됐다. 물류의 A부터 Z까지 모두 내재화하느라 적자를 면치 못하던 쿠팡이 ‘로켓배송’ 도입 8년 만인 지난 3분기에 분기 기준 첫 흑자를 냈다. 쿠팡은 해당 분기 6조8383억원(51억133만 달러·환율 1340.5원 기준)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3850억원 대비해 27% 늘었다. 영업이익은 1037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