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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틀째 결항에 3만명 고립…빙판길 자동차 저수지 빠져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장 빠른 비행기가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3시라는데 난감합니다.”
급변풍특보(윈드시어)가 내려진 23일 오전 10시 제주공항 3층 저비용항공사 대합실에서 만난 차모(26·광주광역시)씨는 "빨리 육지로 돌아가지 못해 답답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공항 대합실은 항공기가 뜨기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23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린 제주공항에 탑승객 인파가 몰려 있다. 최충일 기자

23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린 제주공항에 탑승객 인파가 몰려 있다. 최충일 기자

공항 대합실서 만난 김모(43·서울시)씨는 “전날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렌터카까지 반납했는데 갑자기 결항 통보를 받았다"며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공항 인근 숙소를 겨우 구해 하룻밤을 더 지냈다”고 했다. 김씨는 “오늘은 뜨는 비행기가 없다고 하고 빨라도 내일(24일), 늦으면 그다음 날(25일) 비행기를 겨우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항공기 결항이 속출하자 제주 시내 호텔도 육지로 가지 못한 사람들로 붐볐다.

제주 항공편 결항에 2만~3만명 발 묶여 

제주관광업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제주를 빠져나가지 못한 항공기 이용객은 2만~3만명으로 추정된다. 제주공항은 폭설 여파로 전날 오후 1시쯤부터 항공기 결항이 본격화했다. 23일 하루 출발 137편, 도착 142편 등 279편이 결항해 제주는 사실상 고립됐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제주공항 기상 상황으로 항공기 결항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며 “공항 이용객은 이동 전 항공사를 통해 사전 정보를 미리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상 악화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한라산 입산도 통제됐으며, 결빙 등으로 도로 곳곳도 진·출입을 막았다. 빙판길에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0시 46분쯤 서귀포 안덕면 동광리에서 눈길에 자동차가 미끄러지면서 1명이 다쳤다. 오전 2시 10분쯤에는 안덕면 광평리에서 차량이 눈길에 고립돼 소방당국이 구조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설과 강풍 관련 사고 신고는 전날부터 총 24건이 접수됐다.

23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린 제주공항 활주로 전경. 최충일 기자

23일 오전 많은 눈이 내린 제주공항 활주로 전경. 최충일 기자

호남도 많은 눈…시간당 3~5㎝ 강한 눈 예보

호남지역도 이틀째 대설특보가 발효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북 임실 강진면에 57.2㎝, 순창 복흥 55.6㎝, 정읍 33.8㎝, 광주광역시 26.5㎝, 전남 담양 23.8㎝, 전주 14.4㎝ 등이 내렸다. 기상청은 전라도와 제주도에 다음날 오전까지 5~15㎝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이날 저녁까지는 강약을 반복하면서 시간당 3~5㎝의 눈이 내릴 전망이다.

눈길에 자동차 저수지 빠져 40대 여성 숨져 
눈길과 빙판길 교통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41분쯤 장흥군 영암-순천 고속도로 영암 방향 장흥나들목 인근에서 액화 산소 가스를 싣고 가던 탱크로리가 눈길에 미끄러져 도로 한복판으로 떨어져 나갔다. 소방당국은 액화 산소 가스가 누출된 것을 확인, 긴급 조치한 뒤 가스 공급처에 후속 조치를 통보했다. 또 전날 오후 전남 영암의 한 도로에서 40대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빙판에 미끄러져 저수지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용차 운전자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이와함께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 삼중 추돌, 순천시 해룡면에서 사중 추돌이 발생하는 등 전날부터 이날 오전 1시까지 광주에서 교통사고 6건, 낙상사고 22건, 안전조치 2건 등 30건의 소방 출동이 이뤄졌다. 전남에서는 이날 오전 4시까지 교통사고 15건, 낙상사고 16건, 안전조치 19건 등 50건의 출동이 있었고, 전북지역은 3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주차장에 차량이 흰 눈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주차장에 차량이 흰 눈에 덮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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