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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추운데 창문 열고 반말…택시 불친절 100건중 1건 처벌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택시 불친절을 문제제기 해도 실제 처분이 이뤄지는 건 1%가 안 된다. 연합뉴스

택시 불친절을 문제제기 해도 실제 처분이 이뤄지는 건 1%가 안 된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 차고지를 둔 개인택시 기사 A(60) 씨에 대해 최근 불친절과 난폭운전으로 서울시에 신고가 접수됐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가자고 했다는 이유로 반말하고, 추위 속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창문을 다 열고 달리고, 운전도 거칠게 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부서에서 A 씨 관련 기록을 찾아보니 이미 비슷한 신고가 10건이나 더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상습적인 불친절과 난폭운전이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A 씨는 그동안 서울시나 은평구로부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영상 또는 녹취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에도 A 씨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재를 아예 받지 않거나 고작 4시간짜리 교육 처분을 받을 거란 관측이다.

 심야할증 확대, 심야호출료 시행 등으로 승객들의 택시요금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부실한 택시 서비스에 대한 서울시와 구청의 대응은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친절의 경우 신고하더라도 실제 제재가 이뤄진 건 채 1%도 되지 않았다.

 23일 서울시가 국회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11월) 택시 민원과 처분 현황'에 따르면 해당 기간 제기된 민원은 모두 7만 4265건이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중 '불친절'이 가장 많은 2만 4847건으로 전체의 33.5%를 차지했다. 서울시에 제기된 택시 관련 신고 3건 중 1건은 기사의 불친절 때문이라는 의미다.

 이어서 ▶부당요금 징수(2만 679건, 27.8%) ▶승차거부(1만 6044건, 21.6%) ▶차내 흡연·청소 불량·카드결제 거부 등 기타(6860건, 9.2%) ▶도중하차(3898건, 5.2%) ▶사업구역 외 영업(1937건, 2.6%) 순이었다.

 이들 민원 가운데 실제로 처분이 이뤄진 건 1만 259건으로 전체의 13.8%였다. 민원이 10건 제기되면 그중 1건 정도에만 제재가 가해졌다는 얘기다. 처분은 자격취소와 자격정지(6개월 이내), 과태료(10만원 이하), 교육이수(4시간) 명령 등이 있다.

 신고 대비 처분율이 가장 높은 건 '사업구역 외 영업'으로 49%를 기록했다. '차내 흡연·청소 불량 등 기타’가 39.4%로 뒤를 이었고 '승차거부(18%)', '도중하차(16.1%), '부당요금(13.8%)' 등의 순이었다.

반면 '불친절'은 2만 4847건의 신고 가운데 실제 제재가 이뤄진 건 229건으로 0.9%에 불과했다. 100건의 불친절 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처분으로 이어진 건 채 1건이 안 되는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자격취소나 자격정지 같은 중징계가 이뤄진 건 승차거부·도중하차·부당요금 등 32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0.4%에 그쳤다. 대부분은 4시간짜리 교육이수 명령이고, 과태료 부과가 일부 있을 뿐이다.

 현재 택시 관련 민원 중 승차거부·도중하차·부당요금(외국인 대상)은 서울시가 직접 담당하고, 불친절 등 나머지 민원은 해당 차량의 차고지가 있는 구청에서 처분을 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불친절은 증거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해당 구청에선 민원이 들어온 택시기사가 지역주민이라는 이유로 처분에 관대한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불친절이 택시 승객이 가장 많이 느끼는 불만인데도 제재율이 낮은 게 이런 맥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는 "내년 2월이면 서울의 택시 기본요금이 대폭 오르는 등 승객 부담이 더 커지는 만큼 택시 서비스도 당연히 향상돼야 한다"며 "불친절 등 부당한 택시 기사의 행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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