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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성탁의 시선

민주당에는 왜 '유승민'이 없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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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친윤' 주도 전대룰 논란 거세지만  

'반윤' 유승민, 중도층 묶는 효과도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최근 여러 여론조사 기관이 추가해 조사하는 항목이 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이다. 정권 교체 후 내분을 겪은 여당이 비상대책위 체제를 끝내고 내후년 4월 총선을 이끌 대표를 뽑는다니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뉴스1

 하지만 세간의 이목을 더 끄는 건 전당대회 룰 싸움이다. 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뽑던 방식을 당 지도부가 당원 투표 100%로 바꿨다.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이가 유승민 전 의원이다. “대통령 명령에 따라 유승민 하나를 죽이기 위한 폭거” 같은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공천권 때문에 도살해도 가만히 있다”면서 다른 의원들을 영화 ‘양들의 침묵’에 빗대기까지 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긴 하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9일 1001명을 조사한 데 따르면, 차기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는 유승민 36.9%, 나경원 14%, 안철수 11.7%, 주호영 5.7%, 김기현 5.6% 등의 순이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지지자만 놓고 보면 나경원 26.5%, 안철수 15.3%, 유승민 13.6%, 김기현 10.3% 등으로 순위가 바뀐다. 민심과 당심에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지만 ‘친윤’ 인사들이 강조하듯 유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등 '역선택성' 지지만 받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에서도 41.2%를 얻어 2위인 안 의원(13.9%) 등을 크게 앞섰다. 또 정치 성향이 중도라고 밝힌 이들 중에서도 43.1%의 지지를 받아 타 후보를 압도했다. 유 전 의원이 “룰 개정은 수도권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층(63.6%)에서 특히 지지가 높았다. 국정 수행 긍정 평가자는 나경원 27.6%, 안철수 17.9%, 김기현 11.9% 순이었다. 대선처럼 국회의원 선거는 당 지지층만 갖고 치를 수 없는데, 적어도 유 전 의원이 현 정부에 실망한 이들의 마음을 일정 수준 얻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당에 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이 19~20일 조사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4%, 민주당 38.2%였지만, 서울에서는 오차범위 밖에서 국민의힘보다 낮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커져 가는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는 야당으로 기울지 않고 있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고)

 노조에 대한 원칙적 대응 등으로 지지율이 오르고는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인사 등에서는 과거 회귀적 양상이 보인다. 최근 임명된 김광동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은 제주 4·3 사건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낳았다. 이른바 ‘밀정 의혹’으로 사퇴 요구를 받은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 국장이 6개월 만에 경찰청장 다음으로 높은 치안정감에 승진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막말도 여권에서 잇따랐다. 여권에 비판적인 이들이 민주당보다 여당 내부에서 "도로 한나라당은 안 된다”고 외치는 ‘반윤’ ‘비윤’을 주목하는지 모른다.

 혁신·이견 없는 민주, 고착 상태로

 정당 내부 스펙트럼도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다양해 보인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DJP 연합’으로 집권했듯 민주당 계열은 진보와 보수가 어우러진 때가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친노’ ‘친문’ 일색의 분위기가 강해졌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는 ‘친명’을 빼면 민주당 내 정치인 중 뚜렷한 차별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대처 등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가끔 낼 뿐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를 연이어 겪고도 민주당에서 뼈를 깎는 혁신의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 결과 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민주당에선 이재명, 이낙연 두 명만 후보로 올랐다. 여권에선 한동훈,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오세훈, 원희룡, 이준석 등 7명이 포진했다.

 예산안 대치 와중에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를 놓고 자당 소속이었던 김진표 국회의장의 첫 번째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권의 실책을 기다려봐야 유권자의 지지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이라도 과거처럼 보수까지 아우르려는 확장성을 추구해야 한다. 당 주류와 이견을 노출하며 야당의 역할과 책임, 정책 방향에 목청을 높이는 이가 왜 많지 않은가. 민주당에는 왜 ‘유승민’이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