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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다가오는 ‘부채의 위기’ 면밀히 모니터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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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분기 가계·기업 부채, GDP의 223.7% 역대 최고치

취약층의 상환 부담 증가와 부동산 PF 부실도 우려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와 기업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부채 위기’를 향해 점점 다가가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친 민간 신용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가 넘는 223.7%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 대비 빚 비율이 사상 최고이고, 빚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의미다.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2%로 1분기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규모는 1870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기업 부채가 너무 급하게 늘고 있는 흐름이다. 기업 대출은 3분기 말 172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다. 부채비율도 상승했다(지난해 말 80.1%→2분기 말 83.1%). 이런 수치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불황이 동반 진행되면서 우리 경제가 ‘부채의 덫’에 발을 들여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이자 부담은 늘면서 전체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이 심화하는 것이다. 한은이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금융불안지수(FSI) 상승세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다. FSI는 3월만 해도 8.6에 그쳤으나 10월 23.6으로 ‘위험’ 단계(22 이상)에 진입한 뒤 11월 23.0을 기록했다.

취약층일수록 부채 위기의 칼바람에 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점은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일례로 자영업자 대출은 3분기 말 현재 1014조원으로 14.3% 늘었는데, 취약 차주의 대출 증가율은 이를 훨씬 능가해 18.7%나 증가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 돼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취약 기업의 비중도 35.7%나 된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의 본격 경착륙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10월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4만7000가구로 전 저점이었던 2021년 9월 말(1만4000가구)의 3.4배로 증가했다. 미분양 우려가 높은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도 17조원이 넘는다. 미분양의 증가는 결국 부동산 PF 부실과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거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진다. 이미 금리 인상이 가져온 거래 절벽에서 수많은 세입자가 불안에 떨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전셋값이 10%만 떨어져도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할 곳이 4만4000가구나 된다. 한은은 아직은 우리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복원력도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년 1%대 저성장이 예견되는 만큼 부채 위기가 경제의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과 취약계층 등을 더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경우를 가정한 대책을 미리 수립해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