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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검찰 소환에 응해 개인 자격으로 조사받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참담한 제1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

민주당 ‘방탄’ 중단하고 검찰도 투명 수사를

‘성남FC 제3자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소환 통보를 했다. 성남시장 시절인 2016∼2018년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네이버·두산건설 등 대기업들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이 용도변경이나 건축허가 등에 편의를 얻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제1 야당 대표가 뇌물죄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은 것 자체가 개탄스럽다.

이 대표는 혐의를 일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굴지의 대기업 6곳이 유독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기간 중에만 일개 프로축구단에 불과한 성남FC에 거액의 후원금을 냈으니 누가 봐도 수상하지 않을 수 없다. 야당 대표가 연루됐다고 의혹의 실체가 분명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 범죄가 될 것이다. 이 대표가 그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당당히 검찰에 출두해 물증과 법리로써 혐의를 반박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소환 통보를 받은 이 대표 측 관계자는 “검찰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28일 소환조사는 일정이 겹쳐 출석이 불가능할 것 같다”며 불응에 무게를 뒀다. 야당 대표로서 상식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대응이다. 불응의 이유가 “당일 광주에서 ‘경청 투어’ 일정이 있기 때문”이라니 더욱 어이가 없다. ‘경청 투어’는 이 대표가 지난주 느닷없이 개시한 주말 지방 순회 이벤트다. 전국의 지지층을 결집시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몰아 ‘사법의 정치화’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정진상씨가 잇따라 구속기소되며 수사가 급물살을 타자 모든 현안을 이 대표 ‘방탄’에 연결시켜 국회 파행을 자초해 왔다. 이태원 참사 직후 정쟁 중단을 선언했지만 얼마 못 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 처리했고, 예산안 처리에 앞서 국정조사부터 밀어붙였다. 입법 권력을 장악한 169석 거대 야당이 당 대표 1인의 ‘방탄 친위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비롯해 대장동 게이트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은 모두 문재인 정부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사건들이고, 이 대표의 지자체장 시절 개인 비위 의혹으로 민주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이 대표가 당당하게 싸울 일이지,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말이 정답이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당과 나라를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민주당을 방탄 조끼로 동원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검찰의 소환요구에 응해야 한다. 당  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수사를 받아 결백을 입증하기 바란다. 검찰의 어깨도 무겁다. 투명하고 공정한 수사만이 제1 야당 대표 수사에 따라붙게 마련인 정치적 논란과 음모론을 차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