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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더 달라"…'찐동맹'만 챙겨준다, 美'안보담요' 패트리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동급 최고 성능의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확전을 우려해 패트리엇 지원에 미온적이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 시설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겨울 무기화’에 나서자 입장을 바꿨다.

미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춰 18억5000만 달러(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발표했다. 여기엔 장거리 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패트리엇 시스템 1개 포대가 처음으로 포함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추후 미국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더 달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한 뒤 “정말 미안하다”고 수습하기도 했다.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패트리엇 시스템이란

현재 무기 시장에서 미국의 가장 경쟁력 있는 방공 시스템 중 하나다. 적군이 발사한 비행물체(순항 미사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 항공기)가 목표물에 닿기 전에 격추하는 방공 체계로 ‘미사일 잡는 미사일’로 불린다.

패트리엇(PATRIOT)의 명칭은 ‘목표물을 가로채는 단계적 배열 추적 레이더(Phased Array Tracking Radar to Intercept on Target)’의 약자다. 한국어로는 ‘애국자’란 의미다.

그리스 카니아에 있는 나토 미사일 발사 시설에서 패트리엇 무기 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리스 카니아에 있는 나토 미사일 발사 시설에서 패트리엇 무기 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효 사거리는 70~80㎞이며, 지상에서 최대 고도 24㎞까지 요격이 가능하다. 최대 속도는 마하 6, 순항속도는 마하 3.0~3.5로 알려져 있다. 특히 965㎞ 밖에서 방어를 계획할 수 있어서 주민·부대·건물을 보호하는 ‘안보 담요(security blanket)’로 불린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패트리엇 시스템에 대해 “감시·추적·교전 기능이 하나의 유닛으로 결합한 다른 대공 방어 시스템과 완전히 차별화된 체계”라며 “사람은 최종적으로 ‘발사 결정’만 내리면 되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운영된다”고 했다.

구조는 미사일·발사대·레이더·관제소·발전기·안테나 등 8가지 요소를 모바일로 연결했다. 레이더는 먼 거리에 있는 적의 비행 물체를 탐지하고, 관제소는 해당 물체의 비행 궤적을 계산한 뒤 자체 미사일을 프로그래밍해 발사를 조정한다.

패트리엇 1개 포대는 최대 8개의 발사대를 비롯한 발전 장비 등으로 구성되며, 발사대마다 미사일 요격체가 4개씩 들어있다. 발전기는 발사대 트럭과 다른 차량으로 움직이며, 전기를 공급한다. 독일 매체 타게스샤우는 “패트리엇 시스템은 구성 요소를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해 시스템을 한꺼번에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남부의 기지에 있는 패트리엇 비사일 발사대. AFP=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부의 기지에 있는 패트리엇 비사일 발사대. AFP=연합뉴스

어디서 사용됐나

미군은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분쟁 지역에 패트리엇 시스템을 배치했다. 1990~91년 걸프전(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와 34개 다국적군의 전쟁)에서 이라크의 러시아제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며 명성을 떨쳤다.

2014년 이스라엘-가자 분쟁, 시리아 내전과 2015년 예멘 내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국경 분쟁에도 사용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알 다프라 공군기지로 향하는 미사일을 패트리엇 미사일이 요격했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시온에 따르면, 패트리엇 시스템은 2015년 이후 전 세계에서 150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했다. 미국을 제외한 최소 16개국이 패트리엇을 구매하거나 배치했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한국에서도 패트리엇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핵심 무기 체계다.

왼쪽부터 무인표적기를 향해 발사되는 한국 패트리엇 미사일,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중앙포토, 연합뉴스]

왼쪽부터 무인표적기를 향해 발사되는 한국 패트리엇 미사일,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 [중앙포토, 연합뉴스]

미 육군에는 15개의 패트리엇 대대가 있으며 그중 일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배치됐다.

우크라이나에 언제 배치될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 육군은 패트리엇 시스템 운용 훈련에 수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단, “우크라이나군은 여러 방공 시스템에 숙련돼 있어 훈련 일정이 훨씬 단축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패트리엇 시스템이 배치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제 S300과 벅스(Buks) 대공 미사일, 미국제 나삼(NASAM) 시스템과 독일제 아이리스(Iris-T) 등 다층적인 방공망을 갖추게 된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소 방어만 가능, 비싼 비용도 한계

그러나 ‘게임 체인저’가 되진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톰 카라고 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책임자는 “패트리엇은 단일 포대로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역만 방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허틀링 전 미 육군 유럽 사령관도 “전쟁 승리는 방어력이 아닌 공격력에 달렸다”며 “이 시스템의 역할에 지나친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엄청난 비용도 한계로 지적된다. CSIS는 패트리엇 1개 포대 비용을 최대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로 추정했다. 발사대 한 대당 가격은 1000만 달러(약 128억원), 요격 미사일 한 기엔 400만 달러(약 51억 원)가 든다. 포대 하나를 작동하는 데 병력도 거의 100명이 필요하다.

NYT는 “비싼 몸값 때문에, 패트리엇 시스템을 배치해놓고도 막대한 인명 또는 재산 피해가 우려되는 공습으로만 사용 용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의 알 다프라 공군기지의 패트리엇 포대. AP=연합뉴스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의 알 다프라 공군기지의 패트리엇 포대. AP=연합뉴스

러시아는 미국의 패트리엇 지원 계획에 대해 “이는 확전을 의미하며, 미국이 전쟁 당사자가 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서방 무기는 러시아 군대의 정당한 표적이며, 파괴되거나 압수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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