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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위 "행안장관, 치안 관장할 수 없어" 청구…헌재 각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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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헌법재판소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근거가 된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경찰 지휘규칙)’ 제정 과정이 위헌이라는 국가경찰위원회(위원장 김호철)의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경찰위는 31년만의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취지로 그 근거가 된 시행규칙 제정·공포를 문제 삼았지만, 헌재는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경찰위가 권한쟁의 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 “경찰위, 권한쟁의심판 청구 못해” 

헌재는 이날 경찰위의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하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사자 자격에 대해 법률이 아닌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ㆍ지자체로 특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지방의원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법 헌법소원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모습. 뉴스1.

헌재는 이날 경찰위의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하면서,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사자 자격에 대해 법률이 아닌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ㆍ지자체로 특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지방의원 후원회 금지' 정치자금법 헌법소원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모습. 뉴스1.

 22일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에 한정해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률에 따라 설치된 청구인(경찰위)에게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 제111조 ①항에 따르면 헌재는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관장하는데, 청구인인 경찰위는 헌법상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날 헌재의 판단은 지난 8월 행안부가 경찰·소방청장으로 하여금 중요 정책사항 등을 미리 보고·승인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휘규칙을 제정하면서 시작됐다. 행정규칙은 법률과 시행령 보다 하위의 법규다. 이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행안부 장관에게 대통령·국무총리 및 장관의 지시사항에 대한 추진계획이나 실적, 중요 정책 및 계획의 추진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특히 국무회의에 상정할 사항은 장관에게 ‘사전’ 보고를 해야 하고, 법령 제정·개정이 필요한 기본계획 수립이나 변경은 미리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 통로로 신설된 조직이 경찰국이다.

“경찰 사무, 경찰이 심의·의결해야”

경찰 지휘규칙이 제정ㆍ공포된 지난 8월2일, 국가경찰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경찰국 강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사진은 이날 발언하는 김호철 위원장(왼쪽). 김경록 기자

경찰 지휘규칙이 제정ㆍ공포된 지난 8월2일, 국가경찰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경찰국 강행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였다. 사진은 이날 발언하는 김호철 위원장(왼쪽). 김경록 기자

 이에 경찰위는 9월 말 헌재에 지휘규칙이 위헌·위법이라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찰위는 “1990년 정부조직법에 내무부장관(現 행안부장관) 소관 사무에 ‘치안 사무’가 삭제됐고, 이듬해 옛 경찰법이 제정돼 치안 사무 관장 주체는 경찰청장이 됐다”며 “이런 구조는 2022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피청구인(행안부장관)은 치안 사무를 관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위는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 행정규칙인 경찰 지휘규칙을 통해 경찰 사무에 관여하는 건 위헌·위법하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 지휘규칙이 다루는 내용은 국가경찰사무 관련 주요 정책에 해당해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들인데 이 규칙은 그런 절차 없이 경찰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주요 정책들을 결정하도록 정해서 문제다”라는 게 위헌 주장의 골자다. 경찰위의 심의·의결권이 이 규칙의 내용 자체로 침해됐거나 이 규칙 시행으로 인해 앞으로 침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 “국무회의, 대통령이 해결 가능”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의 판단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주장과 유사했다. 이 장관은 “권한쟁의심판의 적법 요건 중 당사자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면서 “지휘규칙이 제정·시행됐지만 경찰위는 경찰법에 의해 존립과 기능이 유지되며 심의·의결권도 여전히 보유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경찰위 등) 합의제 행정기관을 포함해 정부의 부분 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은 국무회의, 대통령에 의한 조정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도 정부 내에서 상하관계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찰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찰 지휘규칙이 경찰위 심의·의결 권한을 침해했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치안 사무 주요 정책에 대한 심의·의결 권한 등 위원회 본연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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