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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송기 탄 젤렌스키…공중조기경보기에 F-15까지 철통 엄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 뒤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국기엔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의 글이 적혀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레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 뒤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으로부터 전달받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국기엔 우크라이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의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의 글이 적혀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00일 만에 처음으로 자국을 벗어나 미국을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그의 미국행 여정은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철통 호위 속에 이뤄졌다. 8000㎞가 넘는 먼 길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신변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이 어떻게 미국까지 이동했는지 정확한 경로를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에서 미 군용기를 타고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폴란드 프셰미실 기차역서 포착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AFP=연합뉴스

21일 폴란드 프셰미실 기차역서 포착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모습.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 인접한 폴란드 프셰미실 기차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인 TVN24 카메라에 잡혔다. TVN24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프셰미실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갈아타고 인근의 르제스조우 공항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으로 가는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1시간 뒤 폴란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미군 군용기가 이륙했다. 사진 젤렌스키 트위터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으로 가는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1시간 뒤 폴란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미군 군용기가 이륙했다. 사진 젤렌스키 트위터 캡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시간으로 21일 오전 7시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환영식을 13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후 1시간 뒤인 오전 8시15분쯤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미 군용 수송기인 보잉 C-40B 비행기가 이륙했다. 해당 항공기의 코드명에는 ‘특별공중임무(Special Air Mission)’를 뜻하는 ‘SAM910’이 붙었다.

미국 공군의 C-40B/C 수송기. 사진 미 공군

미국 공군의 C-40B/C 수송기. 사진 미 공군

보잉 737 비행기를 개조한 C-40B는 최대 운항 가능거리가 9260㎞로 일반 보잉 737보다 2배 가까이 멀리 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중요 인사들의 해외 극비방문시 자주 사용된다. 지난 8월 낸시 팰로시 미 하원의장도 같은 기종인 C-40C를 타고 대만을 방문했다.

“미니 국빈방문 수준”…철통 경호 나선 美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미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안부대를 뒤따라 따라오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미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안부대를 뒤따라 따라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수송기도 중간 급유 없이 약 8000㎞ 거리를 비행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 동안 철저한 호위가 이뤄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수송기가 북해에 도착하기 전 독일 가일렌키르헨에 있는 나토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해역을 순찰했다고 전했다. 북해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잠수함으로부터의 요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영국 서포크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는 미 공군 소속 F-15E 전투기가 북해로 출동해 수송기를 엄호했다. 이 전투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수송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미 동부시간 기준 낮 12시쯤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미 비밀경호국과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의 철통 경호를 받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미 의회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미 ABC 방송은 “젤렌스키의 방문은 특별한 안보적 의미가 있는 ‘미니’ 국빈 방문으로 취급돼 특별 경호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논의 열흘만에 속전속결…극비로 이뤄진 방미

지난 2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방문해 우크라이나군 관계자를 만나 격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미는 논의 열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 때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 가능성이 처음으로 거론됐다. 이후 실무진의 보안 협의를 거쳐 실제 미국행 3일 전인 18일에야 최종 확정됐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방미 사실은 출발 전날인 20일까지도 극비에 붙여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았다. 10개월 만에 전장을 처음으로 비우는 만큼 격전지 전황을 최종적으로 살피고 장병들을 격려하려던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위장 전략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 체류는 21일 하루뿐으로 알려졌다. CNN은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을 마친 뒤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갈 것”이라며 “미국에 머무는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귀국길이 더 걱정”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창 밖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창 밖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 모두 젤렌스키 대통령의 구체적인 귀국 일정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미 보안 고위관계자는 ABC방송에 “전쟁 초기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 음모를 꾸몄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이제 젤렌스키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을 떠난 후 그의 안전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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