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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판 국민청원 100일…참여율 저조한 '개딸 놀이터' 전락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본떠 만든 당 ‘국민응답센터’가 22일로써 출범 100일을 맞았다. 국민응답센터는 전당대회 당시 이 대표가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욕하고 싶은 의원을 비난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한 이틀 뒤(8월 1일) 선보인 ‘당원청원시스템’을, 당선 뒤인 9월 14일 개편해 출범한 기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처

국민응답센터에 이날까지 올라온 청원은 69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신인 당원청원시스템 도입 때부터 올라온 청원을 모두 합한 숫자로, 개편 후 청원만 따지면 30건이다. 전체 69건 중 답변 기준(게시 후 30일 이내 권리당원 5만명 이상 동의)을 넘겨 답변이 완료된 청원은 3건뿐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출범 후 100일간 5만여건의 청원이 올라왔고, 그 가운데 4건이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운영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부 시절 운영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사진 홈페이지 캡처

애초 ‘국민응답센터’라는 이름과 달리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만 청원 및 동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출범 당시부터 잡음이 적지 않았다. 특히 이 대표가 개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온라인 인민재판’이 될 수 있다”(강훈식 민주당 의원), “개딸 놀이터가 될 것”(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란 비판이 있었다.

69건의 청원을 전수 분석해보니 이런 우려는 현실화했다. 답변이 완료된 3건의 청원 중 2건은 모두 8월 초 올라온 것으로 “당헌ㆍ당규 개정 요청”(7만7000여명), “당헌 80조 완전삭제 요청”(5만7000여명)이었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당헌 80조를 고치라는 요구였다.

청원이 올라오던 시기는 친명계가 당헌 80조 수정을 시도하던 때였다. 결과적으로 8ㆍ28 전당대회 이틀 전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신설되면서 친명계의 뜻이 관철됐다. 국민응답센터는 청원 답변(9월ㆍ10월)에 이러한 개정 과정을 설명하며 “청원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 답변이 완료된 청원들. 사진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 답변이 완료된 청원들. 사진 홈페이지 캡처

나머지 1건의 답변 청원(5만6000여명)은 성희롱 의혹을 받는 최강욱 의원에 6개월 당원 정지 중징계를 결정(현재 재심 중)한 당 윤리심판원을 징계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답변(10월)은 “아직 진행 중인 관계로 최종 결정이 나면 답변하겠다”였다.

답변 기준을 넘지 못한 채 종료된 청원 55건엔 더 과격한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인물을 출당 및 징계하라는 내용이 줄을 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를 출당시켜주십시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출당 조치를 요구합니다”, “전재수 의원을 징계해주세요”, “김해영 전 의원을 징계해주세요” 등이다.

이밖에 “민형배 무소속 의원 복당”이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등의 요구가 있었다. 모두 친명계 또는 강경파의 주장들로, 이 대표에 불리한 내용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진행 중인 청원 11건도 사정은 비슷했다. “반개혁파 이낙연ㆍ이원욱ㆍ조응천 등 해당 행위자를 모두 출당시켜주십시오”, “민형배 의원님의 신속한 복당을 요청합니다” 등이 올라온 가운데, “박지현의 출당을 촉구합니다”가 1만8000여명 동의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1위인 청원. 사진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청원 중 1위인 청원. 사진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도 국민응답센터를 우려하는 기류가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초선 의원은 “집행능력이 있는 정부가 운영하는 것과 야당이 운영하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도입부터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청와대 국민청원 시스템도 팬덤에 의한 여론 정치라는 부정적 효과를 냈다”며 “그런 연장 선상에서 이번 시스템이 팬덤만의 놀이터가 된 건 예견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응답센터장인 강준현 의원은 “저희도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접근성을 높이고, 답변 기준도 3만명으로 내리는 등의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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