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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K소설만 있나…한국 시집 22년간 286종 해외 번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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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사진)을 시작으로, 안톤 허(아래 사진) 등 번역가들이 ‘K-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사진)을 시작으로, 안톤 허(아래 사진) 등 번역가들이 ‘K-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K팝, K소설, K콘텐트, ‘K’가 붙으면 모두 흥했다. BTS, ‘오징어 게임’ 등 대중문화는 물론 그림책 『여름이 온다』로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수지, 부커상 후보로 오르며 한국 소설의 저력을 보여준 정보라·박상영 등 문학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뽐냈다. K-시는 어떨까? 한국의 현대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해외에서 일구고 있다.

『죽음의 자서전』

『죽음의 자서전』

한국 시인 중 국제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름은 지난달 영국 왕립문학협회가 선정하는 ‘국제작가’에 포함된 김혜순(67) 시인이다. 1955년생인 김혜순 시인은 1979년 첫 시 ‘담배를 피우는 시인’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30권이 넘는 시집을 펴냈다.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 2021년 스웨덴 시카다상 등 국제 시문학상을 잇따라 받았다. 『죽음의 자서전』으로 받은 그리핀 시문학상은 수학의 필즈상에 비견될 수 있는, 권위를 인정받는 상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왕립문학협회 선정 국제작가 목록에는 앤 카슨, 마리즈 콩데,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즈 등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들이 들어가 있다. 문학과지성사 이광호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 현대시는 김소월이나 이육사 같은 일제강점기 시인이나 분단국가 이미지를 드러내는 남성 시인들 위주로 알려져 왔는데, 김혜순 시인을 기점으로 보다 현재성을 띤 보편적인 문학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위 사진)을 시작으로, 안톤 허(사진) 등 번역가들이 ‘K-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시집 『죽음의 자서전』으로 2019년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을 받은 김혜순 시인(위 사진)을 시작으로, 안톤 허(사진) 등 번역가들이 ‘K-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2001년 이후 해외에 번역 소개된 한국 시집은 총 286종이다. 같은 기간 1090종 번역된 소설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이지만 추세에는 변화가 있다. 2001~2010년 103종에서 2011~2020년은 155종으로 1.5배로 늘었다. 2021년부터 2022년 3분기까지 출간된 번역 시집은 28종에 달한다. 갈수록 많이 번역된다는 얘기다. 언어별로는 2001년 이후 28개 언어로 번역돼 36개국에 소개됐다. 문학과지성사 이근혜 주간은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계약금 없는 번역 출판 계약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한국 현대시 번역 출판을 희망하는 비즈니스 e메일이 먼저 보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김혜순의 선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문학번역원·대산문화재단 같은 공적인 기관 이외에 민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시를 해외에 소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읻다 출판사 김현우 대표는 젊은 번역가들을 규합해 시 번역 에이전시 회사 ‘나선’을 설립했다. ‘나선’의 13명 번역가 가운데 최재원·정새벽씨 등 4명이 현역 시인들이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가 이끄는 번역 집단 ‘스모킹 타이거즈’, 번역웹진 ‘초과’를 이끄는 번역가 ‘소제(Soje)’도 한국 현대시 번역 인력풀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김현우 대표는 “완벽한 이중언어(바이링구얼)를 구사하는 세대가 번역계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동시대의 시를 세계에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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