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도 북극 한파의 습격…50㎝ 눈폭탄과 함께 한반도 덮친다

수도권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시민·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로 내려오면서 22일부터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한파가 시작된다. 전라도와 제주에는 최대 50㎝가 넘는 눈 폭탄이 쏟아질 전망이어서 제설 대책에 비상이 걸렸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는 3.5㎝, 강원 평창에는 10㎝의 눈이 쌓였다. 새벽부터 내린 눈으로 도로가 미끄러워 전국에서는 빙판길 사고가 잇따랐다. 밤부터는 눈을 뿌렸던 구름대가 물러가고 북쪽에서 이른바 ‘북극 한파’로 불리는 영하 45도 이하의 찬 공기가 한반도를 점령한다.

23일 서울 체감 -22도…올겨울 가장 춥다

12월 22일 이후 한반도 기압계 모식도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상청]

이에 따라 밤사이에 기온이 크게 하락하면서 22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아침 기온은 -9도까지 떨어지겠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체감 온도는 -15도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는 한파주의보가, 강원 일부 지역에는 한파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23일은 기온이 더 내려가면서 추위가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은 기온이 -14도까지 떨어지면서 올겨울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하겠으며, 체감온도는 -22도로 잠깐만 밖에 있어도 매우 춥게 느껴질 수 있다. 강원 대관령의 경우 체감 온도가 -34도까지 떨어지는 등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체감온도가 -20도를 밑도는 매우 강한 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눈·비가 그친 이후에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바람도 과하게 불겠다”며 “서울의 경우에는 23일 아침이 (기온이) 가장 낮을 것으로 그 이후로는 대륙고기압이 점차 변질되면서 기온이 점진적으로 올라가겠지만 다음 주까지도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예상되고 있으니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이어 또 50㎝ 눈폭탄…“굉장히 위험한 상황”

21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시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한반도를 지배하는 북극 한파는 매서운 추위뿐 아니라 폭설까지 몰고 온다. 이른바 ‘호수 효과’ 때문이다. 호수 효과는 북극 냉기를 머금은 찬 공기가 비교적 따뜻한 서해를 지나면서 눈구름이 생성돼 많은 양의 눈이 내리는 것을 말한다.

눈은 주로 남부 서해안 지역에 집중된다. 22일부터 24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충남 서해안과 전라, 제주도가 10~25㎝이고, 전북과 전남 서부·제주도 중산간에는 30㎝ 이상, 제주 한라산에는 50㎝ 이상의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 내륙과 충북 중남부, 제주 해안에는 5~15㎝, 경상 서부 내륙과 전남 동부 남해안에도 3~10㎝의 눈이 내릴 전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 지난 주말부터 내린 눈으로 서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충남과 전라, 제주에는 또다시 눈 폭탄이 예고되면서 제설 작업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번 눈구름은 지난 주말보다 더 내륙 깊숙한 곳까지 진입하면서 많은 양의 눈을 뿌릴 것으로 보인다.

박 예보분석관은 “긴 시간 동안 다시 매우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 빙판길 교통사고, 보행자 낙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적설로 인해 비닐하우스 등 약한 시설물이 붕괴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눈은 24일 오전까지 내리다가 점차 그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날씨가 대체로 맑을 것으로 보여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