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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타(她)경제 가고 타(它)경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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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못 뜬 건 네가 안 예뻐서야!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무명 고양이 인플루언서 냐오냐오(尿尿)가 스타가 된 것은 이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냐오냐오의 반려인 ‘냐오바(尿爸, 냐오냐오 아빠)’가 처음 냐오냐오와 틱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냐오냐오는 다른 귀여운 외모의 동물 인플루언서들에 밀려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냐오바가 이런 저조한 반응은 고양이가 덜 귀엽긴 때문이라고 원망하자 냐오냐오는 마치 다 알아들은 것처럼 분노의 펀치를 날린다. 해당 영상은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6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얻으며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고, 냐오냐오는 단숨에 스타 고양이로 떠올랐다.

[사진 틱톡]

[사진 틱톡]

현재 1168만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계정 ‘냐오냐오는 고양이(尿尿是只貓)’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고양이의 일상을 공유하며 중국 네티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심지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해 완판을 기록하는 등 사람 인플루언서 못지않은 영향력을 자랑한다.

‘타(它)경제’를 아십니까?

[사진 CCTV 캡처]

[사진 CCTV 캡처]

최근 중국 뉴스에서는 ‘타경제’가 자주 거론된다. 본래 타경제(她經濟)란 2007년 중국 교육부가 공식 발표한 신조어로, ‘여성이 주도하는 경제(sheconomy, 쉬코노미)’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타경제는 조금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여성을 가리키는 대명사 ‘她’를 사람 이외의 것을 가리키는 대명사 ‘它’로 바꾼 ‘타경제(它經濟)’, 즉 반려동물 시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반려동물 시장은 해마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21년 중국 반려동물 산업 백서(2021年中國寵物行業白皮書)'에 따르면 2021년 중국 도시 반려동물 인구는 684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으며 연간 도시 반려동물 소비 시장 규모는 2490억 위안(한화 약 46조 6775억 4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여러 기업에서 반려동물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온라인 쇼핑 플랫폼 티몰은 작년 새해 계획에서 반려동물 카테고리를 일급 업종으로 다루겠다고 발표했고, 샤오미(小米)는 반려동물 스마트 디바이스 브랜드 ‘거우거우마오마오(狗狗貓貓)’에 투자한 바 있다.

나만 없어 고양이! 윈시충(雲吸寵) 열풍

현재 중국의 반려동물 시장에서는 ‘젊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기준, 반려동물 양육 인구의 46.3%가 지우링허우(九零後, 1990년 이후 출생자)로, 전년 대비 8.2% 증가했다. 주 소비층이 젊어진 만큼, 반려동물 시장 역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중 가장 뚜렷한 특징은 바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들을 위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 인플루언서부터 반려동물 예능에 이르는 ‘반려동물 IP’가 기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물론 ‘랜선 집사’들에게까지 사랑받고 있다.

앞서 소개한 냐오냐오는 ‘윈시충(雲吸寵)’의 대표적인 사례다. ‘시충(吸寵)’은 반려동물의 냄새를 맡는 행위를 가리키는 신조어로, 반려동물을 껴안고 뽀뽀하는 등 애정표현을 할 때도 쓰인다. 여기에 클라우드를 뜻하는 ‘윈(雲)’이 붙은 윈시충은 인터넷을 통해 원격에서 반려동물을 예뻐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반려동물 사진과 숏 클립 등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윈시충’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하는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냐오냐오[사진 시나닷컴] / 냐오냐오의 중차오 지수[사진 씽투슈쥐]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냐오냐오[사진 시나닷컴] / 냐오냐오의 중차오 지수[사진 씽투슈쥐]

현재 중국에서 동물 인플루언서는 반려동물 용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의 광고 영상 제작 및 라이브 커머스 진행까지 맡고 있다. 데이터 분석기관 씽투슈쥐(星圖數據, Syntun)가 분석한 냐오냐오의 중차오(種草)* 지수는 76.1로, 전문 판매자를 능가하는 판매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차오(種草): 표면적 의미는 ‘풀을 심는다’지만, 실제로는 SNS에 좋은 상품이나 정보 등을 공유해 타인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진 비리비리]

[사진 비리비리]

왕훙(網紅,인플루언서) 동물의 반려인까지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고양이들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올리는 중국 OTT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의 업로더 ‘마오부리카페이(貓不理咖啡)’가 그 예다. 그는 어색한 청소기 광고 영상으로 화제가 됐지만, 해당 영상이 650만 뷰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63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얻었다. 반려동물 인플루언서에 대한 사람들의 충성도가 그들의 반려인에게도 높은 포용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판 ‘동물농장’은 아직

비리비리 예능 ‘애니멀 호스피탈'[사진 웨이보] / 틱톡 웹예능 '총물의생'[사진 틱톡]

비리비리 예능 ‘애니멀 호스피탈'[사진 웨이보] / 틱톡 웹예능 '총물의생'[사진 틱톡]

2019년 상하이(上海)시의 24시 동물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관찰 예능 ‘애니멀 호스피탈(寵物醫院, Animal Hospital)’이 비리비리에서 첫선을 보였다. ‘애니멀 호스피탈’은 ‘윈시충’ 사용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2020년 3월에는 시즌2를, 작년 2월에는 시즌3를 선보이면서 IP를 확장했다.

올해 5월, 숏폼 플랫폼 틱톡은 수의사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웹예능 ‘총물의생(寵物醫生)을 선보였다. ‘총물의생’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수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능이다. 기존 반려동물 예능이 반려동물과 반려인 사이의 가족애를 그렸다면, ‘총물의생’은 생명에 대한 이해와 직업적인 시각까지 더하며 시청자들에게 유익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해당 콘텐츠는 방영 두 달 만에 3억 9000회가 넘는 재생수와 1502만 회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2022년 틱톡 방영 예능 평균 시청자 상호작용 수치 [사진 이언]

2022년 틱톡 방영 예능 평균 시청자 상호작용 수치 [사진 이언]

미디어 리서치 업체 이언(藝恩)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틱톡에서 방영한 스타 출연 웹예능 ‘위가이찬(為歌而讚)’ ‘백천종예기(百川綜藝記)’과 비교했을 때, ‘총물의생’의 재생수는 적은 편이지만, '좋아요' 수, 댓글 수, 영상 공유 횟수 등을 종합한 시청자 상호작용 수치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또한, ‘총물의생’의 공식 스폰서인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의 인터넷 언급량이 방송 직후 한 달 동안 1861.3% 상승하여 반려동물 예능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최근 5년 인터넷 방영 반려동물 주제 예능 수 추이 [사진 이언]

최근 5년 인터넷 방영 반려동물 주제 예능 수 추이 [사진 이언]

타경제의 부상과 함께 반려동물 소재 예능은 중국 미디어 업계에서 주목받는 블루오션으로 떠올랐고, 젊은 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중국 온라인에서 방영된 반려동물 예능 수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현재까지 반려동물 관련 예능은 5편만 제작되어 2019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TV 동물농장' [사진 SBS]

'TV 동물농장' [사진 SBS]

현재 중국의 반려동물 콘텐츠는 비슷한 포맷으로 인해 정체기에 빠졌다. 반려동물 콘텐츠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혁신할지가 업계의 과제다. 우리나라는 중국보다 성숙한 반려동물 시장은 물론, SBS ‘동물농장’,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등 참신하면서도 우수한 동물 콘텐츠를 다량 보유했다. 중국의 타경제 열풍이 우리나라 관련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박고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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