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의 입' 공략한다는 정진상…검찰은 "증거 내놓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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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대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은 향후 법정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의 ‘입’을 주로 겨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전 실장은 검찰 수사 때부터 일관되게 ‘유 전 본부장의 일방적인 진술만 있을 뿐 객관적인 물증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제시할 유 전 본부장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깨는 데 방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2013~2014년 성남시 정책비서관, 2019~2020년 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 인허가, 유 전 본부장의 인사, 다시마 액상비료 사업 관련 인허가 등에 대한 편의 제공 대가로 합계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지난 9일 정 전 실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정 전 실장이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은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의 일방적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정 전 실장이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뉴스1

그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과 함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고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에 특혜를 제공한 뒤 428억원(천화동인 1호 지분 24.5%에서 공통비용 제외)을 받기로 약속하는 한편 ▶지난해 9월 검찰의 유 전 본부장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부정처사후수뢰·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정 전 실장 측은 공소장 내용이 앞선 압수수색·구속 영장과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검찰이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진술만으로 범죄사실을 구성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재판 과정에선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이 법정에서 내놓을 증언에 재판부가 얼마나 귀 기울여 줄지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뇌물공여(6000만원)·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정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유 전 본부장은 이 사건 피고인으로 법정 증언이 증거능력을 갖는 데 큰 장애가 없지만, 이 사건 피고인이 아닌 남 변호사의 경우 법정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시장 측(정 전 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지분이 있다고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지난달 21일 대장동 사건 공판) 등 남 변호사의 증언 대부분은 전언 형식이어서 형사소송법상 까다로운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어렵게 증거로 채택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다면 증거로서의 가치(증명력)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내용을 입증할 증거를 갖고 하나씩 설명하겠다”(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반응이다.

검찰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소장에 과거 성남시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에서의 민간업자와 유착관계,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정황 등을 상세히 담았다. 불법 선거자금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7년)가 도과해 기소되지 않았다. 사진은 정 전 실장 소환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소장에 과거 성남시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에서의 민간업자와 유착관계,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정황 등을 상세히 담았다. 불법 선거자금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7년)가 도과해 기소되지 않았다. 사진은 정 전 실장 소환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검 로비의 모습. 연합뉴스

정 전 실장 측은 검찰이 공소장 32쪽 중 11쪽에 걸쳐 배경사실을 상술한 점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 범죄사실을 적시하기에 앞서 위례신도시·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경과와 공사 설립 과정에서 형성된 유착관계, 2014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선거 당시 불법 선거자금 마련과 선거운동 지원 정황 등을 ‘이 사건 배경사실’로 묶어 방대하게 적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공소장일본주의 위배 여부를 따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공소장일본주의란 ‘검사가 기소할 때 공소장 하나만 제출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판사가 예단을 갖게 할 만한 기타 서류·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는 형사소송규칙상 원칙이다. 실제 대법원은 2015년 1월 조직폭력배 조직원인 피고인의 범죄사실 외에 해당 조폭 단체의 과거 범죄 전력이나 위세, 세력화 배경 등이 공소장에 장황하게 기재된 데 대해 “검사가 공소사실의 특정에 필요한 정황으로 기재했다면 그에 대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제대로 제출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충분히 기소된 범죄들을 저지를 수 있는 자라는 강한 유죄의 심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는 이유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하급심에도 비슷한 판례가 있다. 2016년 12월 정읍지원은 김생기 당시 정읍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증거서류의 내용을 인용해 공소사실에 기재한 건 법관에게 예단을 주기에 충분한 기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다만, 검찰은 이 판결 이후 공소장을 고쳐 다시 기소했다. 김 전 시장은 상고심까지 다퉜으나 벌금 200만원을 확정받아 시장직을 잃었다. 정 전 실장 사건의 경우에도 공소장일본주의 위배가 인정돼 공소가 기각되더라도 검찰은 재기소할 수 있다. 하지만 공소기각 판결과 함께 정 전 실장을 석방해야 한다는 건 검찰에 부담이다.

정 전 실장의 혐의 중 하나인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비밀누설금지 위반의 공소시효(7년)를 두고도 검찰과 정 전 실장 측의 견해가 나뉜다. 검찰은 위례신도시 민관합동 개발 사업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남 변호사 등이 시행이익으로 42억3000만원을 거둔 2018년 초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 전 실장 측은 남 변호사 등이 사업권을 따낸 2013년 말에 범행이 종료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법원이 정 전 실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공소시효가 완성돼 소송절차를 종료하는 면소판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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