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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 뇌물 혐의’ 이화영 재판 돌입…검찰 "법인카드로 '족발 배달'"

중앙일보

입력

“중고 책, 족발 배달 음식에서 가전제품까지….”

쌍방울그룹에서 수억원의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화영(58)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첫 공판에서 검찰이 이 전 부지사에게 지급된 것으로 파악한 법인카드의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혐의 입증에 날을 세웠다. 이 전 부지사는 옅은 하늘색 수의를 입고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오면서 법정 방청석에 있는 지인과 눈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보였으나 법인카드를 자녀들도 사용했다는 기록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어지자 얼굴을 붉히고 두 팔을 쭉 펴 책상에 얹는 등 언짢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화영

이화영

 20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쌍방울그룹의 법인카드 관리 실무자 정모씨와 경영지원사업부장 김모씨 등을 증인석에 앉히고 이 전 부지사에게 법인카드가 지급된 경위와 사용처에 대해 물었다.

 앞서 재판부는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심리를 위해 지난 9일까지 4차례에 걸쳐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쟁점을 정리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 9월27일 구속전피의자심문 출석 당시부터 공판준비기일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은 4명이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현직 재무담당 심모씨가 2018~2019년 쌍방울의 전환사채(CB) 발행에 관여하고 허위 공시를 하는 등 혐의로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면서 3명으로 줄었다.

“쌍방울 업무와 관계없는 법카 사용 가능한가”

 검찰은 먼저 증인으로 출석한 정씨에게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법인카드로 3년 3개월 간 2972회에 걸쳐 법인카드를 사용한 혐의에 대해 집중해 신문했다. 우선 그룹 이사 A씨 명의의 개인 법인카드로 이 전 부지사가 에어컨과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구입한 뒤 이 전 부지사의 주소지인 서울 중랑구와 용인 처인구 공동주택으로 배송했다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제시하고 가전제품 구입이 가능한지 캐물었다.

 또 쌍방울 공용 법인카드로 오디오를 구입한 뒤 서울 여의도 진미파라곤에 입주한 동북아평화경제협회로 배송했다고 주장하며 쌍방울그룹과 무관하게 이 전 부지사가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의심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이 전 부지사가 설립하고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사단법인이다.

 검찰은 또 이 전 부지사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가 명시된 족발 배달 영수증을 제시하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구입한 결제 내역을 보이며 증인들에게 회사 법인카드를 쌍방울그룹 업무와 관련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

‘대북사업 커넥션’ 드러날까 주목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아태협 회장 안씨다.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2019년 4월 경기도가 아태협과 함께 추진한 북측 어린이 간식 및 묘목 지원사업 기념 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오른쪽이 아태협 회장 안씨다. 아태평화교류협회 홈페이지

 검찰은 증인들이 쌍방울그룹의 재정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019년 1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중국 심양으로 출국해 북한 인사들과 사업을 논의하는 사진 자료를 보여주고, 북한에 협동농장 지원을 명목으로 총 5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는 점도 질문했으나 증인들은 "(대북 사업과 미화 지원 등에 대해선) 실무자라서 모른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2018년 7월 부지사 임기를 시작하면서 법인카드를 반납했고, 부당 사용한 직접적인 증거도 없다는 취지로 1차 공판을 소화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검찰이 증인에게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묻자 "형사소송법에 어긋난다"고 항의하는 등 방어권 행사에 주력했다.

 한편 민선 7기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의 대북지원 사업을 설계하고 주도한 이 전 부지사가 김성태 전 회장과 인연을 이어가며 교류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북한 고위층에 50만달러를 불법 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하고 아태평화교류협회 자금 13억원을 횡령하는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의 '삼각 커넥션'의 윤곽이 드러날지도 주목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화영, 안부수)과 김 전 회장 사이의 공범 관계를 파악한 만큼 재판이 진행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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