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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레일과 SR 통합 안 하고 '경쟁 체제' 계속 유지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6년 12월 개통된 수서고속철(SRT). 중앙일보

2016년 12월 개통된 수서고속철(SRT). 중앙일보

 정부가 철도노조 등이 강하게 주장해온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간의 통합 대신 현재의 철도 경쟁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철도 경쟁체제의 평가를 맡은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로부터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코레일과 SR, 국가철도공단의 노사 대표와 이들 기관에서 추천한 전문가, 소비자 대표 등 10여명으로 구성된 분과위는 전날 최종 회의를 열고 “코로나 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2017~2019년)이 3년에 불과해 효과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3월 구성된 분과위는 최근까지 20여 차례 논의를 이어왔으며 전날 회의를 끝으로 활동을 종료했다. 이날 최종 회의를 앞두고는 철도노조 대표가 사퇴하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 통합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뉴스1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 통합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뉴스1

 국토부는 오랜 시간 논의 끝에 나온 분과위의 '판단 유보'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또 논의과정에서 경쟁체제의 운임과 서비스 개선, 철도 건설부채 상환구조 마련 등의 효과가 확인된 만큼 승객 혜택은 더 늘리고 미비점은 계속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윤상 국토부 철도국장은 “그동안 분과위에선 통합론과 경쟁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며 “분과위가 판단을 유보하는 최종 결론을 내린 만큼 현재의 경쟁체제를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오랜시간 이어졌던 코레일과 SR의 통합논의는 일단락된 모양새다. 수서고속철도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SR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3년 철도 운영의 다원화와 효율화를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12월에 운영을 시작했다.

 국토부가 분과위를 구성해 철도 경쟁체제에 대한 평가에 나선 건 철도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경쟁체제로 인한 중복비용 등 비효율성을 해소해야 한다며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계속 압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17년 5월 한국노총, 철도노조 등과 철도 경쟁체제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서를 체결한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기간교통망 공공성 강화’를 주요 정책방향으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철도노조 등 통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경쟁체제 탓에 연간 최대 406억원의 중복비용 발생 ▶KTX와 SRT의 이원화된 서비스로 승차권 변경 안 되고, 증편도 어려워지는 등 승객 불편 심화를 이유로 내세운다. 이러한 통합 주장에는 SR 같은 철도운영기관이 더 늘어나게 되면 철도 민영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있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 경쟁체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경쟁체제 도입 이후 KTX 마일리지 제도 부활과 SRT 운임할인 등으로 연평균 1500억원 추가 할인 혜택 제공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품질 향상 지속 등을 강조한다.

 또 SRT가 KTX보다 높은 선로사용료를 국가철도공단에 납부하면서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갚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KTX가 운송수입의 34%를 선로사용료로 내지만 SRT는 운송수입의 50%를 지불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정책연대 협약서에 서명했다. 중앙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대선승리-노동존중 정책연대 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정책연대 협약서에 서명했다. 중앙일보

 경쟁체제 도입 전에는 코레일이 내는 선로사용료(연간 5000억원)만으로는 한해 7000억원에 달하는 건설부채 이자도 제대로 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쟁체제 도입 이후 선로사용료는 연간 7500억원가량으로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 전문가는 “사실 정부로서는 경제적인 효과 외에도 철도노조 파업 때 과거와 달리 SRT라는 대체수단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효과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철도 통합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과위가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 '판단 유보'라는 다소 모호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철도노조의 반발도 여전하다. 철도노조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국토부가 국민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끝내 고속철도 통합을 회피했다”며 “이번 발표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통합고속철도를 실현하기 위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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