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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말고도 또 있었다…171억 등친 전세사기 106건 적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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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빌라 전세 사기 피해자가 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의심 거래 106건을 적발해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9월 21일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건을 1차로 선별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번 1차 수사 의뢰 대상에는 집 1139채를 보유하다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숨진 ‘빌라왕’과 관련된 곳도 16건에 달했다.

이번에 적발된 의심사례 모두 ‘빌라왕’처럼 자본 없이 갭투자로 빌라를 사들였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식의 수법을 썼다. 40대 임대업자 3명은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소위 ‘깡통전세’ 방식으로 서울 소재 빌라를 여러 채 사들였다. 이후 보증금 반환이 어렵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에 매도한 뒤 잠적했다.

또 서울에 빌라를 신축한 한 건축주는 전세 계약할 때 높은 보증금으로 하면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브로커와 공모한 뒤, 자본이 없는 제3자 A 씨에게 신축 빌라를 통째로 매수하게 했다. A 씨는 소위 ‘바지 집주인’으로 명의 제공을 한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 이후 브로커는 이자지원금을 준다며 임차인을 유인해 높은 보증금으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게 했고, 임대차 계약이 끝나자 A 씨는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어 임차인에게 피해를 줬다.

국토부 조사 결과 전세 사기를 위해 여러 명이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106건의 전세 사기 의심거래에 연루된 법인은 10개, 혐의자는 42명에 달했다.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었다. 이들 중 40대가 42.9%로 가장 많았고, 50대(23.8%)와 30대(19%)가 뒤를 이었다.

2030세대의 피해가 컸다. 연령대로 보면 30대(50.9%)와 20대(17.9%), 40대(11.3%), 50대(6.6%) 순으로 피해가 컸다. 이번 전세 사기 의심거래 피해액은 171억원 이상으로 추정됐다. 서울(52.8%)에서 전세 사기가 가장 많이 일어났고, 인천(34.9%), 경기(11.3%) 순이었다.

국토부는 오는 27일부터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해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서 모니터링과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내년 1월 24일까지 진행되는 범정부 전세 사기 특별단속 결과를 2월 중에 경찰청과 공동발표할 예정이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 “현재 진행 중인 전세 사기단속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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