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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답변하면 尹에 꼬투리"…법정 선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X'

중앙일보

입력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수사관 A씨와 제보자X 지모씨의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 수사관 A씨와 제보자X 지모씨의 증인신문이 예정됐다. 연합뉴스

“채널A 사건으로 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지난 2년여간 법조계를 구석구석 흔든 ‘제보자 X’ 지모씨의 말이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검사의 재판에 출석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옥곤)가 19일 연 공판에 나온 지씨는 건강상 이유로 증인 신문을 두 기일에 나눠서 할 것을 요청했다. 앞선 증인 신문이 길어져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가량 늦어지자 “하루 만에 소화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요청한 것이다. 지씨는 “장시간 답변하다가 잘못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에서 꼬투리를 잡아 위증죄를 물으며 대응할 것”이라며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기일에 나눠서 증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오는 3월에 새로 기일을 잡기로 했다.

‘제보자 X’ 폭로, 고발사주·검언유착 의혹 낳아

지난해 대선 정국을 뒤흔든 의혹 중 하나였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지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손 부장검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 개입할 목적으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이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고발장에는 지씨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씨와 당시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자, 당원, MBC 기자 등이 총선 전 허위 기획 보도를 공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손 부장검사를 기소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등장하는 고발장에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담겨있다. 지씨가 지난 2020년 총선 직전 최초로 제보한 이른바 ‘채널A 사건’이다. 지씨는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 2020년 2~3월경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제보하라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며 ‘검언유착’ 꼬리표가 붙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기자가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강요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기자가 지난 8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뉴스1

채널A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하나둘 끝나가고 있는 모양새다.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는 지난해 7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검찰 수사를 좌우하는 것으로 이 전 대표가 인식하지 않았고 ▶이 전 기자의 메시지가 지씨를 거치면서 왜곡됐다고 봤다.

지씨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했지만 두 사람은 사실 거의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고, 지씨와 이 전 기자 사이 만남의 내용이 제대로 이 전 대표에게 전달되지도 않은 점도 언급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전 기자로부터 편지를 받은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변호인 A씨와 상의했고, A씨가 과거 자신이 사기미수죄로 변호해 무죄를 받은 지씨를 이 전 기자와의 만남에 내보내 보자고 제안했다. 재판부는 당시 검찰 관계자와의 녹취록을 요구하는 지씨의 요청에 따라 이 전 기자가 급히 녹취록을 만들었고, 지씨가 마치 이 전 대표와 상의한 것처럼 굴거나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금품 제공 장부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지씨와 직접 얘기한 적이 없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4월 한 장관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후 이 전 기자는 “지씨와 일부 세력에 의한 공작으로 ‘검언유착’ 의혹이 유도되고 왜곡됐다”며 이른바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차장검사)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였던 2020년 7월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려다 한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 연구위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정 연구위원이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차장검사)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였던 2020년 7월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유심칩을 압수하려다 한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정 연구위원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뒤집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정 연구위원이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채널A 사건 수사…독직폭행, ‘尹 찍어내기’사건 파생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도 사건이 여럿 파생됐다. 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독직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 위원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였던 지난 2020년 7월 당시 한 장관을 압수수색하다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최근 무죄가 확정됐다. 1심은 정 위원이 한 장관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폭행할 고의가 없었다는 정 위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인데,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한 장관을 수사하던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역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찍어내기 감찰’을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2020년 10월 한 장관을 감찰한다는 명목으로 확보한 통화 내용 등을 당시 윤 총장을 감찰하던 법무부 감찰위원회에다 전달하는 데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당시 법무부 감찰 결과 윤 대통령은 채널A 사건 감찰을 방해했다는 사유 등으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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