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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꽉 맨 홍준표, 반년만에 대구 빚 2000억원 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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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면

흰색 방한용 파카를 입고 즐거워하는 대구시 공무직 직원들. 이 방한용 파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본인의 업무추진비로 구매해 지급한 옷이다. [사진 대구시]

흰색 방한용 파카를 입고 즐거워하는 대구시 공무직 직원들. 이 방한용 파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본인의 업무추진비로 구매해 지급한 옷이다. [사진 대구시]

대구시의 채무는 2조5758억원. 매년 이자로만 380억원씩을 갚고 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은 19.8%로 서울 바로 다음으로 예산 대비 부채가 많은 지자체다. 이렇게 빚 많은 대구시가 이달 중 2000억원의 채무를 상환한다. 대구시 올해 예산은 11조1879억원이다.

대구시 빚 갚기는 지난 7월 홍준표(사진) 대구시장이 취임 이후 시작됐다. 홍 시장은 “대구시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아야 다음 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곤 ‘허리띠를 졸라매기’에 나섰다.

먼저 기금·특별회계를 손봤다. 체육진흥기금·양성평등기금·시립예술단진흥기금·남북교육협력기금 등 17개 기금 중 8개를 없앴다. 중소기업육성기금과 기반시설 특별회계, 경부고속철도변정비 특별회계 등 돈이 계속 들어가는 12개 특별회계 중 3개를 폐지했다. 이를 통해 1000억원을 확보했다.

홍준표

홍준표

관행적 지출도 손댔다. 한해 35억원 정도 나가는 A기관 보조금을 끊었고, 구미 상생발전지원금 100억원은 아예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이렇게 600억원을 만들었다. 대구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실·국장 업무추진비와 직원 초과근무수당을 최소화해 3억원을 더 모았다. 시청 부서 사무실 운영비 등 경상경비 등을 아껴 6억6000만원을 저축했다. 신암선열공원 주변 경관녹지 사업비 17억원 등 급하지 않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업은 모두 중단, 채무 상환 자금 400억원 정도를 저축했다. 이렇게 6개월간 모은 게 2000억원이다.

대구시는 이달 중 이자가 비싼 금융기관 채무를 골라내 우선 상환할 계획이다. 대구시 예산담당관실 측은 “내년엔 건당 기준가액 100억원 이상인 건물과 토지 241건을 전수조사해 공공기관 통폐합에 따른 남는 부동산 등을 매각할 예정이다.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도 올해보다 더 아껴 2024년까지 3800억원의 빚을 추가 상환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허리띠 졸라매기’에 불을 지핀 홍 시장은 평소 빚 갚기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7살 때인 1961년 5·16 혁명이 났고 혁명정부는 농어촌 고리채 신고를 받아 고리채에 시달리던 서민 애환을 풀어 준 일이 있었다. 우리집도 혁명정부 방침에 따라 고리채 신고를 했는데 그 신고를 했다고 고리대금 업자가 우리 엄마 머리채를 잡고 고향인 창녕 남지 길거리를 끌고 다니며 구타를 하는 것을 보고 그 당시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뒤로부터 나는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 줄 알게 됐다. 성인이 되면서 가난하더라도 빚을 멀리했고 (예전) 경남지사로 재직할 때는 채무상환에 주력해 3년6개월 만에 채무 제로를 달성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한해 2억1000만원쯤 되는 시장 업무추진비를 내년에 30% 깎겠다고 했다. 취임 첫해인 올해도 그는 6개월간 스스로 업무추진비를 아껴 6000만원 상당의 방한용 패딩을 구매, 대구시 공무직 직원 684명에게 선물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직원들을 위해 장어 덮밥 등 특식을 제공하고, 지난 10월 불이 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업무추진비로 사과를 사서 직원들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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