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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정상 군부대 이전, 56년 만에 큰 걸음 내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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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면

지난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실사단이 무등산을 찾아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된 입석대·서석대 등 주상절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실사단이 무등산을 찾아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된 입석대·서석대 등 주상절리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무등산? 우리 아이가 무등초등학교 다닐 때 열 번도 넘게 올라가 봤심다.”

지난달 25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사. 홍준표 대구시장이 ‘달빛동맹’ 회동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달빛동맹 도시인 광주와 인연을 강조하면서 무등산에 오른 경험을 수차례 언급했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지명 ‘달구벌’과 광주(光州)의 순우리말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딴 협력 프로젝트다.

홍 시장은 1991년 광주지검 검사로 재직할 때 무등산과 인연을 소개하며 “미사일기지가 옮겼습니까”라고 물었다. 1966년 12월부터 무등산 정상에 주둔한 방공포대가 이전했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내년을 목표로 군부대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강 시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홍 시장이 언급한 무등산 정상은 군부대 주둔 후 56년가량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왔다. 1990년 5월 개방한 입석대·서석대가 사실상 등산로의 끝부분이다. 그가 자주 올랐다는 산 정상부 서석대를 언급하다 미사일기지 이전 얘기를 꺼낸 배경이다. 앞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도 지난 3월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은 올해 들어 급물살을 탄 사업이다. 지난 9월 29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에 방공포대 이전을 압박한 끝에 긍정적인 답변을 끌어냈다. 그는 국회 국방위에 들어간 직후인 이날 방공포대 이전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방공포대 이전에 물꼬가 트이자 광주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20일 오전 공군 등과 함께 무등산 정상 상시개방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날은 1966년 12월 20일 방공포대가 들어선 지 꼭 56년째 되는 날이다.

광주시와 공군, 국립공원공단 등은 이날 협약을 통해 내년 9월 전 상시 개방을 공식화한다. 광주시는 내년 3~4월부터 5개월가량 부대 철책 이설 등을 마치면 연중 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2011년 첫 무등산 정상 개방 이후 군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총 25차례 군부대 개방 때는 총 45만여 명이 참여했다.

무등산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지정된 지질탐방 명소다. 방공포대가 주둔한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 정상 3봉과 서석대·입석대 등 20곳의 지질명소가 있다. 이중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돌기둥이 절경을 이룬 입석대와 서석대는 2005년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됐다.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8700만~8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화산폭발로 생성됐다. 세 차례 이상 분화하면서 정상부인 천왕봉과 입석대·서석대·광석대·신선대 등에 주상절리대가 형성됐다. 제주 바닷가 등 다른 주상절리대와 달리 해발 750m에서 정상인 1187m 고지대에 광범위하게 분포된 점도 특징이다.

광주시와 시민단체 등은 무등산 학술 가치와 환경훼손 등을 근거로 이전을 촉구해왔다. 군부대 주둔 후 정상부 지형과 지질학적 가치가 훼손됐다는 연구 결과 등이 나와서다. 무등산국립공원이 2016년 11월 발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1187m로 알려진 천왕봉이 군부대 주둔 후 4m가량 깎여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 고도가 낮아진 원인으로는 정상부 군사시설 조성, 콘크리트 포장 등이 지목됐다. 강 시장은 “열여덟 국립공원 가운데 정상에 군 시설을 이고 있는 곳은 무등산이 유일하다”며 “빨리 무등산 정상을 옛 모습으로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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