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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물가목표는 왜 3% 아닌 2%일까…월가 반응은 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초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로 돌아갈 수 있도록 충분히 제약적인 정책 기조로 이동하는 것이다.”(제롬 파월 Fed 의장)

지난 15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파월 의장은 올해 내내 강조해온 ‘2%(전년 대비)’ 물가 목표를 재차 꺼내들었다. 왜 1%도 3%도 아닌 2%를 고집하는 걸까.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고강도 통화 긴축 대신 3% 혹은 4%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새로 설정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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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스트리트에선 물가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0년 전 설정한 낡은 목표에 집착하다간 오히려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오랜 기간 유지해온 목표치를 갑자기 흔들면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훼손돼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버냉키의 ‘2%’…“물가 안정·최대 고용 달성 최적값”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세계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중앙포토]

처음 2%라는 목표치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재임하던 2012년 1월 발표된 ‘장기 목표 및 정책 전략에 대한 FOMC 성명’을 통해서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2%라는 목표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보다 낮게 설정하지 않은 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방어 수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물가 목표치를 0%로 두면 디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며 “2%는 경기 침체기에도 마이너스 금리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완충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Fed는 물가를 들여다볼 때 대중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개인소비지출(PCE), 특히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추이를 가장 중시한다. PCE는 품목 범위가 CPI보다 넓고, 품목 비중도 2년마다 조정하는 CPI와 달리 분기마다 업데이트해 소비 패턴을 기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근원 PCE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2% 안팎에 머물며 Fed의 기대를 충실하게 충족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 3%대로 오르더니 올해 1월엔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인 5.2%까지 치솟았다. 오는 23일 발표되는 11월 근원 PCE는 전년 대비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10월(5.0%)보다 소폭 둔화됐지만, 여전히 목표치(2%)에 비하면 한없이 높은 수준이다.

이에 월스트리트 일각에선 오래된 목표치를 위해 경제를 위축시키면서 고강도 통화 긴축을 이어가는 Fed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는 낡은 목표…3~4%로 높여야”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탈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가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포춘지에 “2%는 일종의 임의적인 숫자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2%로 가면 쉽게 마이너스(-) 2%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고 상품은 너무 많은 디플레이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 총장도 10년 전과 달라진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내년 말 근원 PCE는 (Fed의 기대와 달리) 2~3%대로 떨어지지 않고 4% 이상에서 유지될 것”이라며 “공급망 유동성, 에너지 전환, 자원 재분배, 그리고 2010년대에 경험한 저성장 등을 고려하면 목표를 3~4%로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 총장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 퀸스 칼리지 총장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헤지펀드 퍼싱스퀘어 캐피탈 CEO는 “Fed가 2% 목표를 달성하려면 깊고도 일자리를 파괴하는 경기 침체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골대 옮기면 안된다…2% 유지해야”

하지만 전·현직 Fed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2% 목표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목표치를 갑작스럽게 수정하면 중앙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다. 장기적으로 2%보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 목표치를 유지하면 고정 소득으로 생활하는 가계, 특히 퇴직자에 대한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올려선 안 된다’는 제목의 블룸버그 기고문 통해 “(2%보다) 높은 목표는 가계와 기업이 투자 및 지출 결정을 할 때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골대를 옮기는 것은 ‘실패’로 해석돼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Fed 내에서도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목표치 상향은) 위험한 개념”이라며 “주요 중앙은행이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게 되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공통적으로 2%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채현기 연구원은 “남미 등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앙은행이 2%를 목표로 통화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며 “Fed가 홀로 목표치를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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