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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값 6배 뛰고 혈액재고 바닥…3년전으로 돌아간 中 대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약국 앞에 배달을 기다리는 의약품 포장이 놓여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 베이징의 한 약국 앞에 배달을 기다리는 의약품 포장이 놓여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중국 정부가 기존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완화한 지 10여일 만에 중국 전역에서 3년 전 코로나19 발발 초기의 혼란이 재현되고 있다. 고성능 마스크가 수요 폭증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양성자가 늘면서 헌혈이 급감해 혈액 재고가 바닥을 보이는가 하면, 택배 주문은 늘고 택배 기사는 확진으로 급감하면서 물류망이 마비됐다. 불안에 시달리는 ‘환양증(幻陽症, 양성 환상 증후군)’ 증상까지 등장하면서 외부 활동을 중단하는 자발적 ‘셧다운’이 이어져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17일 베이징의 한 백신 접종소에서 의료 요원이 백신의 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7일 베이징의 한 백신 접종소에서 의료 요원이 백신의 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3500원 마스크 열흘 만에 2만6000원에 팔아

이른바 ‘신10개조’를 발표 이후 중국에서 1.0㎛(마이크로미터)보다 큰 미생물을 95% 차단하는 N95 등급 마스크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이를 악용해 폭리를 취한 업자가 적발됐다.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 주지(諸曁)시의 시장감독관리국이 KN95(N95 마스크의 중국식 표준 명칭) 마스크 가격을 1포당 18.68위안(3500원)에서 139.90위안(2만6300원)으로 9일 만에 648.9% 인상한 업체를 적발했다고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이 업체는 방역 완화 조치 발표 전날인 이달 6일 포장 당 18.68위안에 판매했으나 수요가 급증하자 9일 48.90위안으로 가격을 올렸고, 10일에는 다시 89.9위안, 14일에는 139.90위안으로 다시 올렸다.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최고 가격으로 7000여 포장 상자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일재경은 마스크 품귀로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년 춘절(중국 설)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도 지난 3년간 마스크 제조 업체가 전 중국에 70만개 이상 신설됐으며 이 가운데 20만 개는 최근 3개월 사이에 설립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연간 일회용 마스크 생산 능력은 약 13억 개로 현재 수요 급증은 단기 수요로 내년 봄 이후에 안정될 것이라고 신문은 예상했다.

18일 긴급 발열 진료소로 바뀐 베이징 차오양 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의료 요원에게 증상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 긴급 발열 진료소로 바뀐 베이징 차오양 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의료 요원에게 증상을 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혈액 재고 바닥에 “확진자도 완쾌 7일 뒤 헌혈 가능”

마스크보다 더 큰 문제는 지방 곳곳에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혈액 재고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강추위가 중국 전역을 휩쓸면서 중국 여러 대도시 거리에서 이뤄지던 헌혈이 사실상 중단됐다. 단체 헌혈도 발길이 끊기면서 병원의 임상용 혈액 공급이 막혀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지린(吉林)성 창춘(長春),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 산시(山西)성 타이위안(太原) 등에서 혈액 재고 부족 경보를 발령했다고 대만의 친중국계 신문인 왕보(旺報)가 19일 보도했다. 윈난(雲南)성의 인구 850만 명의 쿤밍(昆明)시는 최근 하루 헌혈자가 100명 미만으로 떨어져 혈액이 필요한 임산부나 위중증 환자에게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장쑤(江蘇)성은 12월 혈액 재고가 최저 경계선을 뚫고 바닥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7일 새로운 긴급 헌혈 지침을 발표하고 헌혈 촉구 캠페인을 시작했다. 코로나 확진 환자의 경우 핵산 검사 혹은 자가진단키트로 양성이 나와도 7일이 지나면 헌혈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기존의 밀접접촉자, 중·고 위험지역 방문 경력자에게 헌혈을 불허하던 조항도 모두 삭제했다.

17일 인적이 사라진 상하이 거리에서 한 여성 상인이 판매 상품을 실은 카트 옆에 서 있다. 상하이 교육 당국은 코로나 확진으로 19일부터 각급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EPA=연합뉴스

17일 인적이 사라진 상하이 거리에서 한 여성 상인이 판매 상품을 실은 카트 옆에 서 있다. 상하이 교육 당국은 코로나 확진으로 19일부터 각급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EPA=연합뉴스

베이징 택배망 마비에 전국서 택배기사 징발

중국이 자랑하던 전국 택배망도 마비되면서 지연·연착 현상이 일상화됐다. 중국 국가 우정국(한국의 우정사업본부 격)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2월 들어 코로나 확산으로 택배 물량이 급증해 하루 평균 3억6000만 건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최근 택배 물량이 평소의 3배로 급증했지만, 배달 기사는 확진자 증가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최근 헤이룽장(黑龍江)·광둥(廣東)·후난(湖南) 등 12개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1000명 이상의 배달 기사를 지원 파견했다고 제일재경이 19일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 항원 자가진단키트, 유아용 분유, 해열제 등 방역과 생필품을 우선 배송하기 위해 ‘야간배송’ 모드를 새로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배달원 부족 현상에 택배 가격도 30%가량 인상됐다. 하지만 최근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베이징 일대의 물류 마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이미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회복된 중국인 가운데 여전히 인후통·두통·근육통을 호소하며 확진 두려움에 하루에도 수차례 진단키트로 양성 여부를 검사하는 ‘환양증(幻陽症)’ 환자가 늘고 있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19일 보도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에는 “주변에서 접촉한 동료나 친구로부터 열이 난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불편한 느낌에 스스로 확진됐다는 환상에 시달린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상하이 제10인민의원 정신심리과의 쉬위안훙(徐轅虹) 심리치료사는 “심리학적으로 ‘환양증’은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라며 “‘환양’ 현상은 단기간에 코로나 상황이 급변하면서 발생한 심리적 부적응 상태”라고 진단했다. 쉬 치료사는 “3년간 계속된 방역으로 각종 불확실한 현실을 겪으면서 걱정과 초조한 정서는 정상적인 반응”이라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두려워하지 말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려는 마음가짐을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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