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러 공작원 되다…트럼프가 부른 ‘라쇼몽 효과’

  • 카드 발행 일시2022.12.20

하나의 사실을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본질과 달리 해석하거나 인식하는 걸 ‘라쇼몽 효과’라 한다.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 감독의 영화 ‘라쇼몽(羅生門)’에서 유래했다. 요즘 미국에서 나타난 진영 간의 배치된 인식은 ‘라쇼몽 효과’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모자랄 판이다. 사실은 하나인데, 해석과 인식은 극과 극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이후 더 심해졌다.

2020년 9월 초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의 대선을 몇 주 앞둔 때였다. 애틀랜틱이라는 잡지가 사실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특종을 터뜨렸다. 트럼프가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아인마른 묘지 참배를 취소하며 전몰자들을 ‘루저(loser)’ ‘호구(sucker)’라고 비하했다는 것이다. 제목은 “트럼프: 전쟁에서 죽은 미국인은 루저와 호구”였다. 참배를 취소한 이유는 비에 머리가 젖을까 걱정해서였다고 했다. 트럼프 캠프에선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트럼프는 사실이 아니라며 펄펄 뛰었지만, 오히려 뭔가 켕겨서 저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