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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화로 돌리는 中화장장…밖에는 영구차 150m 줄섰다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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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7일 중국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에서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영구차 행렬. 신경진 특파원

17일 중국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에서 화장 순서를 기다리는 영구차 행렬. 신경진 특파원

17일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 입구에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비원이 영구차를 순서대로 입장시키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 입구에 흰색 방호복을 입은 경비원이 영구차를 순서대로 입장시키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오후 베이징 둥자오(東郊) 화장장 주차장에서 천으로 염한 시신을 유족들이 따라 입장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오후 베이징 둥자오(東郊) 화장장 주차장에서 천으로 염한 시신을 유족들이 따라 입장하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오후 베이징 둥자오(東郊) 화장장의 화로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오후 베이징 둥자오(東郊) 화장장의 화로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영구차 대기 순서대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줄 서세요.”
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둥자오(東郊) 화장장(殯儀館·빈의관) 입구를 지키던 흰색 방호복 차림의 경비직원이 소리쳤다.
화장장 입구에 장사진을 이룬 50여 대의 영구차 행렬은 어림잡아 150여 m는 돼 보였다. 일반 밴 차량의 앞 그릴을 장식한 검은 조화가 영구차임을 알렸다. 창문에 검은 가림막이 없어 흰 천으로 싸인 시신 두 구가 한 대의 영구차에 나란히 실린 모습이 훤히 보이기도 했다.
화장장 주차장에는 번호판을 검은 조화로 가린 흰색 밴에서 관도 없이 누런 천으로 염을 한 시신을 이동식 침상에 실어 화장장으로 운구하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웠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에 상복도 아닌 방한복 차림의 유족이 시신의 뒤를 따라 화장장으로 들어섰다.

화장장 안에는 쌍학청(雙鶴廳), 백합청(白合廳), 연청(蓮廳) 등으로 구분된 개별 화로 앞에 N95 마스크 차림의 유족들이 화장을 마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뒤로 보이는 화장 고로에는 흰색 연기가 파란 하늘로 연신 솟아오르고 있었다.

화장장의 한 직원은 “지난 14일부터 화장로 8개가 24시간 가동 중이지만 대기 행렬이 줄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장례업체의 한 직원은 “평소 오후 5시면 업무를 마쳤으나, 사흘 전쯤부터 24시간 화로를 돌리고 있다”며 “방역 완화 정책이 발표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벌어진 돌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례업체 직원은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망자 대부분은 노인”이라며 “화장 대기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고도 이미 가득 찼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 화장장 가운데 규모가 큰 둥자오와 바바오산(八寶山) 화장장이 밀려드는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냉장 컨테이너를 새로 들여왔다고 했다.

인구 2180만명인 베이징의 주요 병원 영안실과 화장장마다 ‘재난급으로 시신이 급증한다(屍滿爲患·시만위환)’고 홍콩 명보가 18일 보도했다. 중일우호병원, 베이징대 제3의원, 디탄(地壇) 의원 등의 시내 주요 병원 영안실은 영안실이 가득 차 중국의 119인 120 응급차량으로 운구되는 시신조차 접수를 받지 못한다고 홍콩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 주변 화장장은 인산인해다. 화이러우(懷柔) 화장장의 접수 직원은 “신규 예약을 접수할 방법이 없다”며 “전화벨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화로가 두 개에 불과해 이미 예약을 중단한 상태다. 옌칭(延慶) 화장장은 “화로가 비어야 화장이 가능하다”고 했고, 핑구(平谷) 화장장은 25일까지 기다려야 새로운 예약이 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퉁저우(通州) 화장장은 30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팡산(房山) 화장장은 열흘 안에는 화장을 할 수 없고 관할 행정구 이외의 시신은 접수할 수 없다고 했다.

화장 비용도 급증했다. 지난 11월까지 대략 1만 위안(약 188만원) 정도이던 화장장 이용료는 최근 2만~3만 위안(376만~564만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화장장은 만원이지만 당국의 공식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지난 4일 이후 여전히 0명에 머물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11월 중순 이후 9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5월 28일부터 11월 19일까지 공식 발표된 코로나19 사망자는 0명이었다. AFP통신은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해 “2019년 우한(武漢)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이후 코로나를 사망 원인으로 하는 집계를 엄격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많은 코로나19 양성환자의 사망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백지시위가 벌어진 뒤 야간 조명이 꺼졌던 량마허 강변 조명이 3주 만인 17일 다시 켜졌다. 하지만 행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경진 특파원

지난달 27일 백지시위가 벌어진 뒤 야간 조명이 꺼졌던 량마허 강변 조명이 3주 만인 17일 다시 켜졌다. 하지만 행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신경진 특파원

백지시위 열렸던 곳 야간 조명 켰지만 행인들 없어  

지난 한 달간 사실상 영업을 전면 중단했던 베이징 상권은 하나둘 영업을 재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지난달 27일 백지시위가 열린 이튿날부터 야간 조명을 꺼 행인의 야간 왕래를 막았던 량마허(亮馬河)는 3주 만인 17일 야간 조명을 재개했지만,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17일 베이징 싼리툰의 멀티플랙스 영화관 메가박스의 아바타2 에매현황. 440석 좌석에 140석 예매에 그쳤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베이징 싼리툰의 멀티플랙스 영화관 메가박스의 아바타2 에매현황. 440석 좌석에 140석 예매에 그쳤다. 신경진 특파원

이날 오후 베이징의 싼리툰(三里屯) 메가박스에서 영화 ‘아바타2’를 개봉한 아이맥스 상영관은 상영 2시간 전쯤 전체 440석 가운데 예약석이 140여 석에 그쳤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전주 주말 관객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타이구리(太古里) 쇼핑몰의 애플, 유니클로 매장은 48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PCR) 확인을 하지 않으면서 쇼핑하려는 시민들이 일부 보였다. 하지만 48시간 PCR 음성 증명을 요구하는 식당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대부분 식당이 개점휴업 상태였다.

인근에 한국·미국·일본 등 외국 대사관이 밀접한 마이쯔뎬(麥子店) 식당가에는 밤이 되자 절반 정도의 식당이 불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베이징 방역 지침인 48시간 PCR 음성 증명서가 없이도 식사가 가능한지 묻자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특별한 상황이면 가능하다”며 입장을 권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부터 약 한 달 간, 그리고 11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총 두 달여 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자영업자들 가운데 일부는 당국의 방역 지침을 거스르며 생존을 위해 문을 여는 모습이었다.

17일 연말 루미나리에 조명을 시작한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북적이는 인파는 보이지 않은 채 음식 배달 직원만 지나가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17일 연말 루미나리에 조명을 시작한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 북적이는 인파는 보이지 않은 채 음식 배달 직원만 지나가고 있다. 신경진 특파원

밀려온 확진 쓰나미에 자영업자들 ‘자발적 셧다운’

중국공산당은 불씨가 꺼진 내수 살리기를 내년도 경제 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중국공산당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무엇보다 국내 수요 확대에 주력하라”며 “소비 회복과 확대를 최우선 위치에 두고, 소비 능력을 증강하고, 소비 조건을 개선하며, 소비 현장을 혁신하라”고 촉구했다.

1년 전 한차례 언급에 그쳤던 ‘내수(內需)’가 올해 경제공작회의에서는 6차례 반복 등장하기도 했다. 봉쇄정책에 지쳐 있던 일부 자영업자들은 이에 영업을 재개하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봉쇄가 풀리면서 밀려온 확진 쓰나미가 불러온 자발적인 ‘셧다운’은 쉽게 끝나지 않을 분위기다. 중국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최근 코로나19 양성 회복자가 다시 감염되는 재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며 외부 활동을 삼가라는 글이 유포되고 있다. 베이징의 한 대형 기업체 임원인 쉬(徐)모씨는 “확진 후 열이 내렸다고 안심하다가 다시 감염되는 2차 감염자 비율이 베이징에서 20%에 이른다는 소문이 흉흉하다”며 “회복 후 15일이 지나야 항체가 만들어진다는 말까지 돌면서 도시 기능 정상화까지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역 전문가 “내년 봄까지 세 차례 확진 쓰나미”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봄까지 세 차례 확진자 급증 현상이 반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쭌유(吳尊友)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전염병학 수석전문가는 17일 경제전문지 차이징(財經)이 주최한 ‘2023년 예측과 전망’ 세미나에서 ‘1봉 3파(一峰三波)’를 경고했다. 그는 “첫 번째 감염 파도는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로 도시를 위주로 퍼지고, 두 번째 파도는 내년 1월 하순부터 2월 중순까지로 춘절(중국 설) 직전 인구 이동으로 감염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 번째 파고는 내년 2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로 춘절 귀성 인파가 도시로 돌아오면서 발생할 전망이다. 세 번째 감염이 올겨울 파고의 최대치를 이루면서 석 달 정도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 박사는 “미국과 홍콩의 데이터를 근거로 추산하면 올 겨울 코로나 감염률은 10~30%에 이르고, 사망률은 0.09~0.16%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의 한 방역 전문가는 올 겨울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를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분자생물유행병학 전문가인 허메이샹(何美鄕) 대만 중앙연구원 박사는 17일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센터가 주최한 ‘2023년 양안 및 대륙 경제·금융 예측 논단’에 참석해 “중국의 매해 사망자 숫자는 대략 1000만 명, 그 가운데 폐 관련 질환은 5위권을 차지한다”며 “대만의 감염 사망률로 추산하면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100만 명 이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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