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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퍼펙트스톰 긴박감 사라졌지만, 수출ㆍ고용ㆍ부동산 위기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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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경기침체 여파에 2년 전 수치로 회귀했다. 해운업계의 장기운송계약 재계약을 앞두고 운임이 끝없이 하락하면서 코로나19 기간 고운임 특수에 이어졌던 호실적 릴레이도 끊길 위기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전주보다 4.8% 내린 1171.3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 노선에 걸쳐 운임이 떨어지면서 2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로 물류운송이 재개된 12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이 경기침체 여파에 2년 전 수치로 회귀했다. 해운업계의 장기운송계약 재계약을 앞두고 운임이 끝없이 하락하면서 코로나19 기간 고운임 특수에 이어졌던 호실적 릴레이도 끊길 위기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일 전주보다 4.8% 내린 1171.36포인트를 기록했다. 전 노선에 걸쳐 운임이 떨어지면서 2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로 물류운송이 재개된 12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올해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설에 시달려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여당의 지방선거 승리 소감을 묻자 “정당의 정치적 승리를 입에 담을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경제 위기의 태풍에 들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직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0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국 경제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퍼지며 25년 전 외환위기의 불안감이 되살아났다. 2021년 1월 미 달러당 108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은 지난 9월 연준이 올 들어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직후부터 미친 듯 치솟기 시작하더니 지난 10월 25일 1444.20원까지 급등했다. 당시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뚫고 1800~2000원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퍼펙트 스톰이 온다는 공포감이 퍼졌다.
 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런 긴박감은 사라졌다. 연준은 올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이어 지난 14일(현지시간) 올해의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미 기준금리는 4.25~4.5%로 올랐다.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지난 15,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올라 130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레고랜드발 충격을 받았던 자금시장에서도 급격히 치솟던 시중금리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최근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과거 추세를 보면 언제나 미 기준금리가 뛰면 다른 나라들은 금리 격차 때문에 통화가치 하락의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미국 이외 나라들도 기준금리를 뒤따라 올리면서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환율이 안정세를 되찾는 패턴이 나타난다(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또 금리 인상의 방아쇠가 된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지나기 시작한 것도 환율 안정에 기여했다.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리기로 했지만, 최종 수준을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한동안 R(recession·경기후퇴)의 공포에 직면하면서다. 특히 한국은 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은 물론 내수 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2%대에 그치는 한국의 성장률이 내년에는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처음으로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너지값 폭등으로 생산 원가가 급증하고, 반도체 및 중국의 성장 둔화 여파로 기업들이 외화를 벌어들이지 못하면서다. 이 여파로 고용 한파가 불고 있다. 빅테크를 비롯한 기업들의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내년 고용률도 위축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 8만4000명으로 거의 10분의 1 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면서 민생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영끌’과 ‘빚투’에 나섰던 MZ세대는 상상 이상으로 깊은 내상을 입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며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다. 마치 1980년대 말 일본에서 뒤늦게 주택 매수에 뛰어들었던 젊은 층이 버블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것과 유사한 상황이 2022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금리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월 300만~400만원의 수입 중 절반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내던 젊은 주택 구매자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월급 전체를 채무상환에 쏟아부어야 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금리 상승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미 소비자물가가 지난 6월 9.1%를 찍은 뒤 5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치(2%)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년 중 기준금리 상단을 5.25%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현재 3.25%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에 이른다. 가계부채발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고 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kim.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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