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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상가, 동생 명의 차명소유?…양정숙 2심서 뒤집힌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원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정숙 무소속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양 의원이 서울 송파구 소재 상가를 차명으로 소유했다는 의혹에 대한 1·2심의 엇갈린 판단이 서로 다른 판결로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양 의원이 실소유주”라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칩4(Chip4) 동맹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양 의원은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1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뉴스1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지난 9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반도체 산업과 칩4(Chip4) 동맹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은 양 의원은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1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뉴스1

1심 “매매 대금 출처 양 의원 계좌”

2020년 4·15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대표 선거용 위성정당이었던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5번 후보로 출마한 양 의원은 선거 직전 명의신탁(제삼자 명의로 등기부에 기재한 뒤 실소유권을 갖는 것) 방식으로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소재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네 채를 차명 보유하면서 세금을 탈루해 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를 통해 최근 4년 동안 증식한 재산이 43억원에 달했다. 양 의원은 재산 증식 과정을 검증하려는 시민당 관계자에겐 명의신탁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고, 당의 제명과 고발 조처 이후에도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를 고소하며 맞대응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020년 10월 차명 보유한 부동산 네 채 중 이미 처분한 세 채를 뺀 송파구 상가 건물 한 채에 대해 남동생 명의로 된 지분 10분의 2(5억 2800만원)를 누락해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양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시민당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를 고소한 것도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서울남부지법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20일 양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선거법 위반에는 당선무효(벌금 100만원 이상)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 무고에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송파구 상가 매매대금의 자금 출처가 양 의원의 계좌이고 ▶남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으며 ▶남동생의 증여세를 대납한 점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특히 남동생이 지난 2020년 6월부터 양 의원에게 ‘명의신탁’을 언급하고 총선 전 시민당 후보 검증팀 조사에서도 “명의신탁을 한 것”이란 취지로 진술하다 돌연 번복해 자신 소유로 주장한 건 ‘오염된 진술’이라고 봤다. 양 의원이 남동생에 1500만원을 송금한 다음 날부터 진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양 의원이 2020년 5월 ‘검찰 조사든 법정이든 가게 되면 사실대로 까발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남동생에게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을 송금하고 ▶2020년 7월 남동생이 검찰에 출석하기 전 진술 방향을 알려주거나 진술서를 미리 보내준 사실을 근거로 달라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 의원은 남동생 명의의 지분에 대해 “사망한 모친이 생전 남동생에 증여한 재산”이라고 항변하면서 2007년 부과된 증여세를 남동생이 납부한 사실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남동생이 증여세 납부를 위해 송파구 상가 지분을 담보로 빌린 7000만원 중 상당 부분을 양 의원 부부가 양 의원의 시누이 부부를 통해 남동생에 수차례에 나눠 송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납해줬다고 판단했다.

총선 과정에서 허위재산 내역을 제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지난 1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의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바라본 주택단지 모습. 뉴스1

총선 과정에서 허위재산 내역을 제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지난 15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의 부동산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봤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바라본 주택단지 모습. 뉴스1

2심 “자금 출처 양 의원 아닐 수도”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는 지난 15일 1심을 파기하고 양 의원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송파구 상가 매매대금과 관련해선 양 의원이 남동생 지분까지 포함해 지급해야 할 8억2800만원 중 2억9000만원은 양 의원이 지급했다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자금 출처가 양 의원이 아닐 수 있다고 했다. 매매대금의 출처로 지목된 계좌도 “양 의원만이 사용한 계좌인지 불명확하다”고 했다.

남동생의 달라진 진술에 대해선 같은 사실을 놓고도 1, 2심의 판단이 갈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진술을 번복하기 전 양 의원이 2억1500만원을 송금하고 진술 방향을 알려준 걸 인정하면서도 “남동생이 위증죄로 처벌받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법정에서 양 의원이 명의 신탁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진술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남동생이 언론 취재 등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위로금 지급을 주장하자 양 의원이 송파구 상가 매각대금(2020년 5월 4일, 37억7000만원) 중 남동생 명의 부분 해당액을 지급하는 차원에서 2억원을 송금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첫 진술만 진실이고 나머지 진술은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동생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명의로 된 지분의 취득·처분에 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1심은 “실소유자가 자신이 아니라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이란 취지로, 2심은 “명의신탁을 했는지 등을 알지 못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취지로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 의원의 7000만원 상당의 증여세 대납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남동생은 출처를 알 수 없는 2850만원과 자신의 명의 대출금 5150만원으로 증여세를 납부했다. 양 의원 명의 계좌에서 남동생 계좌로 송금된 5160만원을 비롯한 7000만원은 양 의원 시누이의 필요에 따라 대여된 것으로, 그 후 시누이 부부가 남동생에게 변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단지 양 의원 명의 계좌에서 남동생 계좌로 5160만원이 송금됐다고 해서 그 액수 상당의 증여세를 실질적으로 부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실제 송파구 상가 대지 10분의 2 지분을 남동생 명의를 이용해 차명으로 소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공소사실의 증명은 검사의 책임일 뿐, 피고인이 무죄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일부 증거에 더 높은 신빙성과 증명력을 부여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양 의원의 무고 혐의도 송파구 상가를 제외한 나머지 부동산 3개 중 용산구 소재 고급 오피스텔을 여동생 명의로 차명 보유한 사실만 인정되면서 형량이 대폭 줄었다.

양 의원은 1심 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끌어낸 김종근 변호사에 사건을 맡겼다가, 유죄 판결 이후 항소심부턴 양승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뒤 무죄를 받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임성근 변호사로 교체해 변론 전략을 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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