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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학 규제개혁 첫발, 입법 등 보완책 뒤따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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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교육부 전경 [뉴시스]

교육부 전경 [뉴시스]

세계 46위 대학경쟁력 높이려면 자율성 강화해야

사립대 퇴로 입법, 등록금 현실화 등도 향후 과제

엊그제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개혁안의 핵심은 규제 철폐와 자율성 확대다. 정부가 주도해 온 기본 역량진단을 사학진흥재단과 대교협·전문대교협의 평가로 대체하고, 학과 신설 및 정원 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사립대 폐교 때 복지·공익 시설로 전환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처럼 통폐합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고리로 대학의 입시·교무·학사 등 전반을 좌지우지했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대학의 예산을 삭감하고, 평가 기준에 미달하면 부실 대학으로 낙인을 찍었다. 학과를 신설하거나 통폐합할 때도 교육부가 정한 깐깐한 기준에 맞춰야 했고, 국공립대는 단순 정원 조정 시에도 사전 승인이 필요했다.

국내 대학의 경쟁력은 지난 6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대학경쟁력 순위에서 46위(63개국 중)에 불과할 만큼 취약하다. 국가경쟁력(27위)이나 초·중등 교육경쟁력(29위)에 한참 못 미친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 부실한 고등교육 투자가 대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교육재정교부금 일부(2022년 기준 3조원)를 대학도 쓸 수 있게 한 것과 이번에 나온 규제개혁 조치는 발전의 시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년 후(2042년) 만 18세 인구는 23만4567명이다. 현재 대학 진학률(71.5%)을 적용해도 신입생 수는 현 대입 정원(47만4996명)의 3분의 1이 안 된다.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대학의 3분의 2는 20년 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발표에서 사립대 폐교 시 사회복지관·의료시설 등으로 변경토록 퇴로를 열어준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지난 10여 년간 부실대학 정리 정책과 법안이 여러 번 나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 9월 ‘사립대 구조개선지원법’이 새로 발의됐는데, 이번만큼은 여야가 꼭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교육부에서 지자체로 이양하는 것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자칫 시·도지사의 간섭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권한을 개별 학교로 분산코자 했던 지방교육자치가 오히려 정치화된 교육감들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번에 빠진 개혁안 중 하나는 등록금 규제에 대한 부분이다. 등록금은 2009년 이후 동결 상태인데 소비자물가지수는 2009년 83.9에서 2021년 102.5로 올랐다(2020년=100). 적어도 물가인상 수준만큼의 현실화는 불가피하다. 다음 번 개혁안 발표 때는 이에 대한 해법도 반영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