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익 250만원 넘는 ‘채권개미’도 세금 물린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채권 개미’가 떨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여부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해 내년 1월 1일부터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 등 기타상품의 경우 이익에 대해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매매차익의 22%(3억원 이상은 25%)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은 연간 5000만원 이상 이익을 얻을 경우 이에 20~25%를 과세한다.

지난 16일 기준 표면금리(채권 액면가에 대한 연간 이자율)가 연 1.125%인 20년 만기 국고채 상품(국고01125-3909(19-6))에 1000만원을 투자한 경우, 현재 채권금리 수준(연 3.291%)이 정점이고, 앞으로 2년 뒤 이 금리가 2%포인트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 경우 예상 수익은 총 377만2280원이다. 이 중 26만2280만원은 2년간 발생한 이자 소득이고, 나머지 351만원은 채권 가격이 오른 데 따른 매매차익이다. 그러나 금투세가 적용되면 총 수익금은 355만원으로 줄어든다. 한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금투세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소액 채권 투자자도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는 그동안 ‘부자들의 리그’였다. 최소 수억~수십억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보니 개인투자자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권사들이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국채·공사채·회사채 등에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인의 채권 투자가 급증했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20조1348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순매수 규모(4조5675억원)의 4.4배가 넘는다. 이른바 ‘채권 개미’의 등장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식,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자 채권이 대안 투자처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예금금리 인상으로 일반인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투자가 주목을 받았다. 채권의 매매차익에는 그동안 세금을 물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 투자 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영향으로 예금으로 갈 돈이 채권 시장으로 유입됐지만, 금투세가 시행되면 채권 투자의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