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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더 오래, 더 젊게”…달라지는 카톡, 카카오의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사진 카카오프렌즈 유튜브

사진 카카오프렌즈 유튜브

카카오가 상반기부터 예고했던 카카오톡 개편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12년 차 ‘중견 메신저’가 된 카톡을 젊게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 카카오는 카톡의 진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지난 7일 카톡 프로필에 새로운 꾸미기 기능인 ‘공감 스티커’를 도입했다. 내 상태를 표현한 공감 스티커를 추가하면, 프로필을 방문한 친구가 스티커를 누르거나 옆으로 밀어 ‘공감’을 표시할 수 있다. 공감 수는 프로필에 표시된다. 단, 누가 눌렀는지는 프로필 주인만 확인할 수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스토리’ 기능과 비슷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감 스티커를 시작으로 인터랙션(interaction·상호작용)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게 왜 중요해

소소한 업데이트지만 이번 개편이 유의미한 이유는 카카오가 세운 ‘카톡 2.0’ 로드맵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 올들어 카카오는 메시지 확인 중심이었던 기존 카톡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비(非)목적형 서비스로 손질하겠다고 예고해왔다.

◦카톡의 고민: 카톡은 자주 쓰지만, 오래 쓰는 서비스는 아니다.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소셜미디어·검색포털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카톡은 이용 빈도에서 일평균 접속 횟수 8.6회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1회 평균 이용시간은 유튜브가 50.3분으로 가장 높았고, 틱톡(32.8분)과 네이버(25.4분), 인스타그램(18.2분)이 뒤를 이었다. 카톡은 약 13분에 그쳤다.

이 때문에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카톡 이용자를 ‘출근길 직장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남궁 전 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용자들은 지인과의 대화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 카톡에 접속하지만, 목적이 달성되는 순간 빠르게 나간다”며 “출근 시간에 삼성역에 내려 지각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뛰어가는 직장인을 닮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한계를 넘으려면 이용자들이 카톡을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퇴근길에 친구들을 만나러 강남역을 나서는 마음처럼 편한 마음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SNS의 벽: 카카오의 미션에는 ‘Z세대 끌어안기’도 있다. 10대들은 유튜브·틱톡·인스타그램 등 이미지·영상 기반 SNS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반면, 메신저인 카톡은 텍스트가 중심이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카톡 세 번째 탭 ‘뷰(view)’를 ‘숏폼(짧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경쟁 서비스인 라인도 지난해 세 번째 탭을 숏폼용 공간인 ‘라인 붐(LINE VOOM)’으로 손질했다. 익명을 원한 정보통신(IT)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10대들도 카톡을 쓰지만 카톡에는 올드한 이미지가 있다. 인스타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언제 떠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카카오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메신저가 ‘SNS처럼’ 변하는 데 대한 이용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크다는 것. 불특정 다수에 공개되는 SNS와 달리 메신저는 사적 대화 용도로 이용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민감도가 높다. 카톡 기능이 개편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메신저 기능만 했으면 좋겠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즉각 반응하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공감 스티커도 부정적 여론이 있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영(young) 유저’들 사이에선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메신저에 반영하며 진화해 나가려는 시도로 봐 달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공감 스티커

카카오톡 공감 스티커

카톡으로 그리는 빅 픽처

추후 카카오는 프로필에서 ‘나만의 캐릭터 펫’을 키우거나, 친구 프로필을 방문한 이용자가 상태 메시지에 공감을 표시하고 기분 전환용 선물을 보내는 식으로 카톡 프로필을 개편할 예정. 이를 통해 카카오는 이용자들이 카톡에 머무는 시간, 즉 ‘체류 시간’을 늘려 성장세가 둔화한 광고·커머스 영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이용자들이 프로필을 자주 방문하고 소통량이 늘면 ‘친구탭’ 트래픽이 증가해 카톡 광고판인 ‘비즈보드’를 비롯해 이모티콘, 선물하기 등의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카톡 5개 탭(친구·채팅·뷰·쇼핑·더보기) 가운데 트래픽이 가장 높은 건 채팅탭. 매일 4200만명의 이용자가 채팅탭을 방문한다. 반면 친구탭의 일별 활동자 수(DAU)는 채팅탭의 절반 수준인 2200만명이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카톡 프로필 개편 이후 친구탭을 방문하는 트래픽이 증가하고, 체류 시간 또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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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카톡 프로필 개편을 화두로 던졌던 남궁 전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카카오는 사업을 예정대로 이어간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1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프로필 개편으로 카톡 지인 간 소셜 인터랙션이 더 활성화되면 생일에 집중돼 있던 선물하기 맥락이 일상의 다양한 이벤트로 확장될 것”이라며 “카톡 순기능을 확장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종 탭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고 매출을 올리는 게 관건이 될 전망.

지난 10월 일어난 ‘카톡 먹통 사태’ 뒷수습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카카오는 재발 방지 대책의 하나로 향후 5년 동안 서비스 안정화 투자 금액을 기존 대비 3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카톡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먹통 사태 보상 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카카오로서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