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역대급 이익 거뒀는데…5대 은행 2400명 희망퇴직, 무슨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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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

금리 인상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몇몇 은행에선 만 40세도 원하면 퇴직할 수 있다. 예년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데다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인력 축소 등이 겹쳐 은행권 희망퇴직 신청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2400명이 스스로 직장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전날(17일)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했다. 관리자, 책임자, 행원급에서 각 1974년, 1977년, 1980년 이전 출생자가 신청할 수 있다.

18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예금금리를 홍보하는 전광판. 뉴스1

특별퇴직금은 1967년생이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 치 월평균 임금으로 정했다. 아울러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도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다음 주 최종 퇴직자를 공지할 예정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에서는 1982년생(만 40세) 직원도 대상에 포함됐다.

희망퇴직금은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 치다. NH농협은행 내부에선 최종 퇴직자 규모를 약 500여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427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협은행도 최대 37개월치 급여를 조건으로 15년 이상 근무자로부터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최종 대상자는 100명 미만일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희망퇴직 공고가 나오지 않은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예년처럼 연내 신청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에서 약 500명이 희망퇴직하면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총 24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직장을 떠나게 된다.

앞서 KB국민은행의 674명, 신한은행의 250여 명이 지난 1월 희망퇴직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478명, 하반기 43명 등 총 521명이 희망퇴직했다. 연초 희망퇴직이 확정된 우리은행은 대상자가 415명에 이른다.

은행권 전체 희망퇴직자도 최소 3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엔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 2100명이 특별퇴직해 전체 희망퇴직자가 5000명을 넘었다.

은행들에 따르면 은행과 근무 기간, 직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더해 4억원에서 5억원 정도를 받게 된다.

희망퇴직자의 증가는 은행과 직원들, 양자 모두의 이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은행권 관계자는 말했다. 은행 입장에선 비대면 금융거래 증가로 인력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인력 과잉 상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과거보다 희망퇴직을 바라는 직원들도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실적으로 지점장은 물론 부지점장도 못 달고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해야 하는 직원이 많다"며 "그럴 바에야 빨리 나가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직원들이 노조를 통해 희망퇴직 대상 확대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