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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캔이 초록색이라면? 오뚜기 50년간 노란색 쓴 이유있다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비한 색채 마케팅의 세계 

만약 코카콜라 캔이 빨간색이 아니라 초록색이라면? 포카리스웨트가 파란색이 아니라 주황색이면 어떨까요? 뭔가 이상하죠?
컬러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인데요. 컬러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맛 자체가 첫 번째 비밀 레시피라면 코카콜라의 레드는 두 번째 비밀 레시피”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트 식료품 판매대에서 노란색이 보이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세요? 브랜드 소개팅 비크닉 이번 주엔 오뚜기의 색채 마케팅을 소개합니다.

1980년대 오뚜기 광고. 사진 오뚜기 유튜브

1980년대 오뚜기 광고. 사진 오뚜기 유튜브

색의 힘

색채 마케팅은 색을 활용해서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전달하고 더 나아가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기법을 말해요. 브랜드의 시각적 요소는 로고나 심볼의 모양, 폰트, 색상 등이 있는데 이중 색의 영향력이 80% 이상이라고 해요. 색상에 대한 이미지는 보편성을 띄기 때문에 그 자체로 효과적인 언어가 되죠. 예를 들어 빨간색이 덥고 파란색이 시원해 보인다 등 이런 느낌은 전 세계인이 똑같이 느끼는 거니까요. 그래서 대부분 브랜드가 로고나 인테리어, 제품 패키지, 홈페이지 등에 색상을 활용하고 있어요.

애플의 무지개색 로고

애플의 무지개색 로고

심지어 기업의 정체성이 달라지면 색도 달라져요. 애플의 로고는 원래 무지개색이었어요. 1977년부터 1998년까지 여섯 가지 무지개 띠로 된 사과 모양이었죠. 당시 애플 컴퓨터가 컬러 모니터를 처음 지원한 가정용 컴퓨터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친근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이후엔 애플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애플 모니터가 컬러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없어지자 무지개색을 안 쓰게 됐대요.

오뚜기의 선택은 한결같이 노랑

1960~70년 오뚜기 제품의 모습. 사진 오뚜기 홈페이지

1960~70년 오뚜기 제품의 모습. 사진 오뚜기 홈페이지

오뚜기는 53년 전 창립 때부터 노란색을 써왔어요. 처음에는 노란색이 입맛을 돋워주는 컬러라서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후에도 제품의 통일감을 부여하려고 계속 쓰게 됐다고 해요.

패키지나 로고, 폰트에 노란색을 쓰는 게 컬러마케팅의 전부는 아녜요. 오뚜기는 최근 더 세련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요. ‘Y100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컬러 프로젝트는 오뚜기 브랜드경험실 부서원들이 회사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노란색 물건을 쓰는 걸 보고 영감을 받은 거라고 해요.

어느 날 사무실을 둘러 보니 동료들 책상에 노란색 물건이 많이 있었대요. 보통 직장인들이 회사의 색을 자발적으로 사용하진 않잖아요. 근데 오뚜기 직원들은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명함 케이스, 필통, 노트 등을 쓰고 있었답니다.
“그때 느꼈어요. ‘아 이미 우리는 노란색을 자발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네. 이건 브랜드만의 자산이었구나’”(조현국 브랜드경험실 팀장)

오뚜기의 색상을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그들은 첫 번째 활동으로 회사 색인 Y100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색채학에서 Y100은 노랑을 의미하는 Y값이 100이면서 C(파랑), M(빨강), K(검은) 컬러는 0 값인, 다른 색의 요소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한 색이래요.

“노랑은 회사가 50년 넘게 고집스럽게 지켜온 색이에요. Y100은 이 진심을 보여주는 상징이죠. ”
Y100 프로젝트는 지난 3월 LCDC 팝업을 시작으로 7월엔 강남역에서 ‘노랑나랑노랑’이라는 테마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큰 관심을 모았다고 해요.

옐로우즈 캐릭터까지 확장

오뚜기의 캐릭터 옐로우즈 사진 오뚜기

오뚜기의 캐릭터 옐로우즈 사진 오뚜기

최근엔 옐로우즈라는 캐릭터를 선보였어요.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보마켓 신촌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옐로우즈의 메인 캐릭터는 ‘뚜기’(ttogi)예요. 가만히 들여다보니 오뚜기 로고에 있는 입맛 다시는 캐릭터를 본 딴 것 같더라고요. 묘하게 옛날 느낌이 나면서도 마냥 촌스럽지 않고 현대적인 게 ‘뉴트로’의 정석이었습니다.

김지현 브랜드경험실 팀장에 따르면 기존 로고의 상징과 의미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지속 가능한 세계관을 보유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고 해요.

“어찌 보면 오뚜기의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도 있는데요. 그래서 오뚜기 구성원들의 애정과 공감을 얻는 것이 더욱 중요했어요. 다양한 사내 그룹에서 캐릭터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수집하고 선호도 조사를 통해 시안을 좁혀 나갔어요.”

브랜드를 대표하는 로고에 어린이의 얼굴을 넣은 이유는 곧 오뚜기의 기업 이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국은 쑥쑥 성장하는 어린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통해 마음속 행복을 키워줄 수 있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라고 해요.
마요네즈 색깔의 강아지 ‘마요’(mayo), 케첩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의 병아리 ‘챠비’(chabI) 등 다른 캐릭터도 귀엽죠?

젊은 감각으로 리브랜딩 효과

Y100프로젝트에 쓰인 굿즈 사진 오뚜기

Y100프로젝트에 쓰인 굿즈 사진 오뚜기

현장에는 옐로우즈 캐릭터를 입힌 다양한 굿즈가 전시돼 있었는데요. 의외로 오뚜기 브랜드가 바로 생각나진 않았어요. 오뚜기라는 영어 글씨가 쓰여 있긴 했는데, 그 자체로도 그냥 디자인 요소처럼 느껴졌어요.

그동안 오뚜기 하면 좀 엄마가 쓰는 것 같은, 그래서 믿고 살 수 있긴 하지만 뭔가 올드한 이미지가 조금 있었잖아요. 근데 그 오래된 오뚜기 느낌이 안 나고, 옐로우 테마의 힙한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의도된 전략이라고 해요. 패키지나 로고를 바꾸지 않았는데도, 브랜드 이미지가 유쾌해지고 젊어지는 효과를 노린 거죠. 실제 팝업 현장에선 주방에서 자주 보던 마요네즈의 노란 뚜껑이나 진라면의 노란 포장지도 왠지 모르게 낯설게 보이더라고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의 주 영역인 식탁을 벗어나 다양한 공간에서 노랑을 경험하고 오뚜기를 떠올렸으면 했어요”
앞으로 파인아트 작가들과 협업해 노랑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매월 선보이고, 페인트 전문 브랜드와 Y100 컬러 페인트를 만드는 작업도 준비 중이라고 해요.

마무리

하인즈의 초록색 케첩 사진 하인즈

하인즈의 초록색 케첩 사진 하인즈

색채 마케팅의 실패 사례도 궁금하다고요? 하인즈의 초록색 케첩, 해태의 노랑 콜라는 창의적인 시도였지만 소비자에게 외면받았어요. 초록색은 식욕을 떨어뜨렸고, 노랑은 탄산음료의 청량감과 어울리지 않았거든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색을 고를 때는 물리적, 심리적, 생리학적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상품의 이미지와 시장의 특성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해요.

오랜 전통이 담긴 본인만의 색상을 힙한 감성으로 재밌게 풀어내고 있는 오뚜기. 그들의 노랑이 궁금하시다면 31일까지 서울 신촌 보마켓에서 열리는 옐로우즈 팝업을 찾아보세요.

비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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