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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산' 오르시치가 모드리치에 선사한 동메달…크로아티아, 모로코 꺾고 3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타르월드컵 3-4위전 종료 직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모드리치(가운데)와 크로아티아 선수들. EPA=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3-4위전 종료 직후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모드리치(가운데)와 크로아티아 선수들. EPA=연합뉴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을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강호 크로아티아가 모로코의 돌풍을 제압하고 3위로 카타르월드컵 일정을 마무리했다. 월드컵 무대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레전드 루카 모드리치(37·레알 마드리드)의 ‘라스트 댄스’도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크로아티아는 18일 오전 0시(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월드컵 3·4위전에서 모로코에 2-1로 이겼다. 전반에 이어진 요슈코 그바르디올(20·라이프치히)과 미슬라프 오르시치(30·디나모 자그레브)의 연속골에 힘입어 아슈라프 다리(23·브레스투아)가 한 골을 만회한 모로코를 눌렀다.

크로아티아는 두 대회 연속 월드컵 4강행을 성사시키며 ‘토너먼트의 강자’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패배한 모로코 또한 동메달을 목에 걸진 못 했지만, 아프리카 대륙 및 중동권 국가 역대 최고 성적(4위)을 작성해 아쉬울 것 없는 승부였다. 크로아티아는 2700만 달러(354억원), 모로코는 2500만 달러(328억원)를 각각 순위에 따른 배당금으로 받는다. 순위에 다른 두 팀의 상금 차이는 26억원이다.

 카타르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목에 건 크로아티아 선수들. 신화=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승리해 동메달을 목에 건 크로아티아 선수들. 신화=연합뉴스

물러설 필요가 없는 두 팀은 수비라인을 한껏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맞부딪쳤다. 조별리그 F조 첫 경기 상대로 만난 양 팀의 승부는 0-0이었지만, 결과에 대한 부담이 적은 3·4위전에선 3골이 쏟아졌다.

크로아티아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프리킥 찬스에서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모로코 위험지역 왼쪽에 있던 이반 페리시치(33·토트넘)가 머리로 정면에 넘겨줬고, 수비수 그바르디올이 뛰어들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그바르디올(맨 왼쪽)의 선제골 직후 환호하는 크로아티아 선수들. AFP=연합뉴스

그바르디올(맨 왼쪽)의 선제골 직후 환호하는 크로아티아 선수들. AFP=연합뉴스

대회 직전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전한 그바르디올이 머리로 선제골을 만들어내자 투혼에 감동한 관중들이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이번 대회 7경기를 모두 풀타임 소화하며 수준급 수비력과 득점력까지 과시한 그바르디올은 아르헨티나의 엔소 페르난데스(21·벤피카)와 더불어 영 플레이어상(23세 이하 최우수 선수) 후보로 주목 받는다.

모로코는 실점 상황을 2분 만에 만회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킥한 볼이 크로아티아 수비벽에 맞고 높이 솟구치자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아슈라프 다리가 낙하지점을 정확히 포착한 뒤 뛰어들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아슈라프 다리(맨 오른쪽)의 동점골이 터지자 환호하는 모로코 선수들. AP=연합뉴스

아슈라프 다리(맨 오른쪽)의 동점골이 터지자 환호하는 모로코 선수들. AP=연합뉴스

팽팽하던 흐름은 전반 42분 오르시치의 결승골이 터지며 크로아티아쪽으로 확 기울었다. 공격수 마르코 리바야(29·하이두크 스플리트)가 아크 정면에서 왼쪽으로 밀어준 볼을 오르시치가 논스톱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모로코 수문장 야신 부누(29·세비야)가 몸을 던져 있는 힘껏 팔을 뻗었지만, 손 끝에 닿은 볼이 오른쪽 골 포스트에 맞고 굴절돼 골대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로아티아의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오르시치. AP=연합뉴스

크로아티아의 결승골을 터뜨린 직후 환호하는 오르시치. AP=연합뉴스

오르시치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남드래곤즈와 울산현대를 거치며 K리그 무대를 누빈 경험이 있다. ‘오르샤’라는 등록명으로 도합 101경기에서 28골15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 삼아 2018년 자국 명문 디나모 자그레브에 입단했고, 이듬해 크로아티아대표팀에 발탁됐다.

선수 자신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K리그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K리그 무대에 진출한 게 내 축구 인생을 바꿨다.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는 한국 팬들의 응원 방식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왔다. 지난 24일엔 한국과 우루과이전을 TV로 시청하는 두 아들의 사진을 SNS 계정에 올리고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설명을 달았다. 오르시치는 한국에서 생활하던 기간 중 아내에게 청혼했고, 아내가 첫째 아들을 임신했다.

K리그 울산현대 시절 오르시치(등록명 오르샤). [사진 오르시치 인스타그램]

K리그 울산현대 시절 오르시치(등록명 오르샤). [사진 오르시치 인스타그램]

한국-우루과이전을 TV로 관전하는 두 아들의 사진을 올리며 큰 아들에게 '한국산'이라는 설명을 붙인 오르시치. 사진 미슬라브 오르시치 SNS

한국-우루과이전을 TV로 관전하는 두 아들의 사진을 올리며 큰 아들에게 '한국산'이라는 설명을 붙인 오르시치. 사진 미슬라브 오르시치 SNS

이번 대회에서 측면 공격의 특급 조커 역할로 출발했지만, 지난 10일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결정적인 도움으로 크로아티아의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었고, 3·4위전에선 선발 출장했다. 모로코전 득점을 포함해 1골2도움으로 3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후반 들어서는 체력과 정신력을 100% 소진한 양 팀 선수들의 부상이 속출했다. 후반 15분 크로아티아 최전방 공격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29·호펜하임)가 근육 부상으로 눈물을 흘리며 벤치로 향한 게 시작이었다. 4분 뒤엔 모로코 동점골 주인공 다리가 허벅지 뒷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서 물러났다. 3분 뒤에는 모로코의 또다른 중앙수비수 자와드 야미끄(30·레알 바야돌리드)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그바르디올(맨 왼쪽)의 선제골 직후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그바르디올(맨 왼쪽)의 선제골 직후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 팀은 부상과 전술 변화 등으로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하며 총력전을 폈지만, 추가골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경기 종료 직후 양 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환호, 모로코 선수들의 아쉬움으로 주제가 달랐지만, 모두가 감동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경기 후 열린 시상식에서 크로아티아의 간판 스타 모드리치는 동료 선수들과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85년생으로 올해 37세인 모드리치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 도전 무대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걸어준 메달을 목에 건 모드리치는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팬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선수 자신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고려 중인 반면, 즐라트코 달리치(56) 크로아티아 감독과 동료 선수들은 2024년 유럽선수권(유로2024)까지 뛰어주길 바라고 있다.

3·4위전을 마무리 한 카타르월드컵은 이제 프랑스(FIFA랭킹 4위)와 아르헨티나(3위)의 결승전 한 경기만 남겨뒀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을 제패한 프랑스는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아르헨티나는 마라도나가 우승을 이끈 1986년 이후 36년 만의 우승 탈환에 도전장을 던졌다. 결승전은 19일 0시 카타르 알다옌의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모로코 공격수 누사이리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크로아티아 골키퍼 리바코비치. AFP=연합뉴스

모로코 공격수 누사이리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내는 크로아티아 골키퍼 리바코비치. AFP=연합뉴스

모로코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모드리치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모로코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모드리치에게 메달을 걸어주는 인판티노 FIFA 회장. AP=연합뉴스

모로코전 종료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주먹을 들어보이며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모드리치. AP=연합뉴스

모로코전 종료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주먹을 들어보이며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모드리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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