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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 많은 학교 어딘가요”…거센 ‘이과침공’에 불안한 ‘문송’ 학부모들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3 대입 정시모집 대비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강사의 수능 결과 분석 및 대입 정시모집 대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열린 '2023 대입 정시모집 대비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강사의 수능 결과 분석 및 대입 정시모집 대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중학교 2학년 학부모 A씨는 요즘 매일같이 지역 고등학교 웹사이트에 방문해 교과과정을 살펴보는 게 일이다. 문과 성향인 자녀가 진학할 때 ‘이과 중심’ 학교는 배제하기 위해서다. A씨는 “요즘 또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문과 학생이 많은 고등학교가 어딘지가 주요 관심사”라며 “워낙 이과생들이 늘다 보니 문과 성향에 수학을 어려워하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고교 선택부터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과 자녀 학부모들 "좋은 학교일수록 이과생 늘어 걱정"  

문·이과 통합수능 2년간 ‘이과 우위’ 현상이 강화되자 고등학생은 물론, 문과 성향의 자녀를 둔 초·중학교 학부모들의 초조함도 커지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문과생 많은 고등학교가 어딘가요?' 'OO고 내신 수학 난이도 어렵나요?' 등의 문의가 잇따르는 중이다. 일찌감치 자녀의 학습 진로를 문과에서 이과로 바꿀 예정이라는 학부모도 많지만, 그럴 수 없는 학부모들은 학생 수, 교과과정, 내신수학 난이도 등의 정보를 모아 최대한 문과에 유리한 학교를 찾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고교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지만, 사실상 수학 영역 선택과목으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면 이과,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면 문과로 분류된다.

인문계열 대학생이 이공계보다 취업에 불리하다고 해서 나온 '문송'(문과라 죄송합니다)이라는 표현은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생 학부모 B씨는 "아이가 문과 성향인 부모들은 아무래도 이과생이 많은 학교에 진학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이제 고교 내신이 1학년 때부터 절대평가가 될 수 있다는데, 그래도 문과생이 많은 학교여야 수학 문제가 조금이라도 쉽지 않겠나"라고 했다. 또 다른 문과 성향 자녀를 둔 학부모는 "내신도 불리하고 정시 준비도 잘 못 할까 봐 최대한 문과생이 많으면서도 면학 분위기가 괜찮은 학교를 찾고 있다"며 "하지만 좋은 고등학교일수록 점점 더 이과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인문계열 진학 희망 학생도 미적분·기하 선택" 

실제로 올해 수능에서는 현행 9등급제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년 이래 처음으로 과학탐구(과탐) 응시생이 사회탐구(사탐) 응시생보다 많았다. 사탐을 응시한 학생은 21만528명(49.96%)이고 과탐을 응시한 학생은 21만834명(50.04%)였다. 2005년에는 사탐이 63.5%, 과탐이 36.5%였다.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 쏠림'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중등진학연구회가 올해 87개 고교 2만6000명의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학 1등급을 받은 학생 가운데 93.45%가 선택과목으로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률과 통계' 과목 비율은 6.55%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진학담당교사는 “올해 수능이 끝나자 작년보다 더 많은 문과 학생들이 수학 선택과목을 미적분으로 바꿔도 되냐고 문의해왔다”며 “대입에서 문과가 불리하다는 인식이 커지다 보니 인문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 중에서도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등학생들의 모의고사 탐구과목 응시 비율이나 문·이과 통합수능, 이과에 유리한 대입 구조 등을 따져볼 때 이과생은 매해 증가해 3~4년 후엔 50%대 중후반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문과생 학부모들의 ‘좋은 학교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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