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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로봇공학자의 대담한 열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8호 21면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영국의 로봇공학 박사이자, 여유로운 은퇴 생활을 꿈꾸던 이 책의 저자는 어느날 몸의 움직임에 이상을 느낀다. 온갖 검사를 거듭한 끝에 확인한 병명은 운동뉴런질환(MND) 중에도 흔히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제 통계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2년가량. 점차 몸을 움직이는 것도, 음식을 삼키거나 호흡을 하는 것도 힘들어질 터다.

절망은 잠시뿐. 저자는 이내 놀랍고 대담한 결심을 한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데 닥칠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몸에 관을 연결하는 세 가지 수술을 한꺼번에 받고, 나아가 질식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후두적출 수술도 받는다. 목소리를 잃은 대신 IT 기업들과 협력하며 합성 음성을 구현하는 작업, 얼굴을 스캔해 감정 표현을 하는 아바타를 만드는 작업 등에도 나선다. 저자는 공학적 방법을 통해 MND 환자의 삶을 개선하려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과 결합해 육체를, 육체의 장애를 벗어나는 방법을 스스로의 몸을 통해 실현하려 한다. 그렇게 저자 피터 스콧-모건은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피터 2.0’이 된다.

책에는 이를 위해 의료진을 설득하고 뜻맞는 사람들을 모으는 현재의 이야기와 함께 영국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저자의 지난 이야기가 번갈아 그려진다. 이야기도, 전개도 흡입력이 대단해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간다. 진작에도 저자의 삶은 주어진 상황에 낙담하고 순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와 반려자 프랜시스는 젊은 시절 첫눈에 반해 줄곧 함께해왔는데, 그 사이 2005년 영국의 관련 법이 개정된 직후 가장 먼저 동성부부로 등록된 커플이기도 하다.

특히 책 속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인공지능과의 결합이 인간의 삶과 상태에 가져오는 의미와 여러 논쟁점까지도 짚곤 한다. 책 말미에 저자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두 사람이 노후를 맞는 상황을 짧은 판타지 소설처럼 그려내는데, 그 노후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저자는 지난해 64세로 세상을 떠났다. 대신 그의 열정적 삶과 도전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결합에 대해 탁상공론을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성찰은 이 책에서 보듯 또렷이 자취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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