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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차고 가슴 답답한 어르신, 심장판막 질환 의심해 봐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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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호 28면

라이프 클리닉

보통 숨이 차면 폐 질환을 생각한다. 근데 60~70세 이상의 고령층에서 많이 걸었을 때 숨이 차면 심장판막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심장판막 질환 중에서도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흔하게 발견된다.

심장은 주기적으로 운동해 혈액을 심장 쪽으로 가져오고 다시 전신으로 보내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 역할을 한다. 심장은 4개의 방과 4개의 판막으로 이뤄졌다. 판막은 여닫이문과 같아 심장 내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중 대동맥 판막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3개의 반달 모양의 판막으로 이뤄져 있어 반월(半月) 판막이라고도 불린다.

심장 초음파 검사 통해 중증도 판단

신속거치형 대동맥 판막(왼쪽)을 이용한 대동맥판막치환술. [사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속거치형 대동맥 판막(왼쪽)을 이용한 대동맥판막치환술. [사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심장에서 대동맥판막을 통해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게 되는데, 판막이 충분히 열리지 않으면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충분한 혈액을 보내기 위해 과도하게 일을 하게 된다. 좌심실 근육이 점점 두꺼워지고 뻣뻣해지면서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 최대 압력 차가 중증인 경우 100㎜Hg 이상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수축기 대동맥판막이 잘 열리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혈류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생하면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심하면 숨이 차거나 흉통을 느끼게 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혈류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서 생긴다. 주로 노화가 진행되면서 퇴행성으로 대동맥판막이 점점 두꺼워지고 석회화하면서 굳어져 제대로 열리지 않고 좁아지게 된다. 보통의 대동맥판막이 3개의 엽으로 이뤄져 있는 반면 선천적으로 2개의 엽으로 이뤄진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더 젊은 나이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중증 상태가 되면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환자는 노화로 인한 증상으로 생각하거나 활동량이 적은 경우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조기에 진단받지 못한 상태로 방치하면 중증으로 진행되는데,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2년 내 사망률이 50%까지 이르기도 한다. 시술 또는 수술 등 치료를 받으면 일반적인 정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치료받아야 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의심되는 경우 일차적으로 청진을 통해 수축기 심잡음을 확인하게 된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이용해 판막의 면적과 혈류 흐름, 압력 차 등을 측정한 뒤 협착 유무와 중증도를 판단한다. 경식도 초음파 검사를 하면 대동맥판막 및 혈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심전도 검사, 흉부 엑스레이 검사 등도 정확한 진단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다른 심장질환과의 감별 진단을 위해 심장혈관 CT나 심혈관 촬영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이미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석회화된 대동맥판막을 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내과적 시술 또는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 내과적 시술로는 ‘타비(TAVI)’로 알려진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 있으며, 외과적 수술은 흉부외과 전문의 집도 하에 흉부를 절개해 시행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 있다. 수술은 흉곽과 심장을 열어 손상된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판막을 넣어주는 방법이다.

환자 나이·상태 따라 외과적 수술도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수술적 치료는 흉부를 절개하기 위해 전신마취가 필요한 반면에,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은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고령의 환자에서 비교적 간단하고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어 최근에 많이 시행된다. 타비시술은 초기에는 개흉 수술의 위험도가 높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게 주로 시술됐으나 최근에는 수술 위험도가 낮은 환자에도 적응증이 확대되는 추세다. 타비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나 어깨 쪽 혈관을 통해 카테터 시스템에 도입된 인공판막을 병든 대동맥판막 부위에 위치시킨 다음 풍선이나 자가확장 시스템을 통해 병든 판막을 밀치고 그 자리에 건강한 판막이 위치하게 하는 시술이다. 합병증이나 후유증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술이 안전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철저한 사전검사를 통해 수술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 병원마다 순환기내과 및 흉부외과 전문의가 함께 진료에 참여하는 ‘심장통합진료’를 도입해 환자의 나이와 해부학적 구조에 따라 시술 혹은 수술적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수술적 치료도 고식적인 수술방법보다 수술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합병증 발생도 낮춘 ‘비봉합대동맥판막치환술(sutureless aortic valve replacement, SU-AVR)’이 개발돼 시행되고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삽입술은 병든 판막을 그대로 남겨두는 문제가 있고, 기존 대동맥판막치환술은 병든 대동맥을 제거한 다음 그 부위에 여러 봉합사를 사용해 인공판막을 촘촘하게 꿰매는 작업을 하게 돼 향후 판막 통로가 좁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비봉합대동맥판막치환술은 봉합사를 덜 사용해 장기적으로 판막 통로가 좁아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고 봉합에 필요한 시간이 매우 짧으며, 그에 따른 인공심폐기 사용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동맥판막질환은 대부분 퇴행성 원인이므로 질환 자체를 예방하기가 어렵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며,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진단받는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심장혈관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심장판막질환, 관상동맥우회술, 대동맥질환, 심장이식이 전문분야다. 2017년 한국심장재단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학술대회에도 참가해 최신 수술 방법을 도입해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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