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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시대에 위로와 용기를...소설 강세 두드러진 2022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 서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이 수그러들면서 올해 우리 사회는 조금씩 일상의 활력을 되찾았다. 하지만 불안의 시대는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연초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에선 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고, 세계 곳곳이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중이다.

힘든 시대, 위로를 구하고픈 마음은 베스트셀러에도 드러난다. 지난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그랬듯 올해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은 교보문고와 예스24 각각의 집계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는 차지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해 출간된 이 책은 올해 출간된 2권까지 합쳐 100만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힐링형 소설의 인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등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 '불편한 편의점', 올해 교보문고, 예스24 모두 베스트셀러 1위다.

책 '불편한 편의점', 올해 교보문고, 예스24 모두 베스트셀러 1위다.

이를 비롯해 올해 서점가는 소설, 특히 한국 소설의 강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김훈 작가의 『하얼빈』 ,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 등 굵직한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은 교보문고·예스24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올랐다. 현대사의 상흔과 가족 얘기를 함께 풀어낸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도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외국 소설로는 재일교포 3대의 삶을 다룬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의 장편 『파친코』가 애플TV 드라마 방영, 새로운 번역본 출간 등으로 새로운 화제를 더하며 다시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의 원작만 아니다. 이제는 대본집도 인기다. '그 해 우리는', '시멘틱 에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등 올해 방송된 신작만 아니라 4년 전 방송된 '나의 아저씨'도 드라마 대본집 인기에 가세했다. 특히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은 극장가는 물론 서점가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박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함께 쓴 각본집은 예스24 집계에서 베스트셀러 20위권까지 진입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각본집으로도 인기를 누렸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각본집으로도 인기를 누렸다.

세계가 주목해온 K콘텐트의 힘은 올해 출판계에서도 반짝였다.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 등이 주목을 받았고, 정보라 작가의 SF소설집 『저주 토끼』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판매가 급증했다.

올해 소설 판매액은 교보문고 집계 기준 지난해 대비 10%넘게 늘었다. 반면 10%넘게 줄어든 분야도 있다. 경제경영서다. 지난해 주식·부동산 열기와 함께 전년 대비 22% 늘었던 데서 올해는 급반전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한데 지난해 소폭 감소했던 자기계발서는 판매액은 이와 달리 올해 20% 넘게 늘었다. 경제경영서 판매 감소, 자기계발서 판매 증가는 예스24의 집계에서도 확인되는 추세다. 자기계발서 중에 가장 인기를 모은 책은 자청의 『역행자』. 두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올초 별세한 이어령 선생의 생전 인터뷰를 담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인문적 성격의 과학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시 두 서점 모두에서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물론 마음 끌리는 책이 베스트셀러 안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교보문고가 작가·출판인 40명에게 각각 추천받은 '올해의 책'은 이런 점에서 도움이 될만한 리스트다. 그야말로 40인 40색, 겹치는 책이 하나도 없다.

한 권 한 권 추천인의 안목과 취향이 실렸을 뿐 아니라 추천인 각자가 보내온 추천사가 책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전율이 느껴질 만큼 마음에 든다"(김소영·『가녀장의 시대』), "온 마음을 동원해 읽게 되는 책"(강윤정·『H마트에서 울다』), "아무런 허세 없이 써내려간 인생의 문장들...진짜 에세이란 이런 것"(이연실·『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내가 느낀 감정들이 정확한 언어로 표현되는 데서 오는 위로"(김보람·『인생의 역사』), "줄 그을 부분이 너무 많아 내내 연필을 들고 읽은 책"(박정남·『다정한 서술자』), "멋진 사람이 싸움에 나서는 멋진 순간"(김원영·『나는 , 휴먼』)등의 추천사는 단연 무게를 더한다.

"삶의 나침반을 되찾고 싶을 때 읽을 책"(주현선·『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거 같으면서도 너무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책"(김영민·『나의 오두막』), "이미 최고 경지에 이른 스티븐 킹의 새로운 걸작"(김하연·『나중에』), "진짜 소설이 무엇인가를 보여준 작품"(최윤경·『아버지의 해방일지』)등의 추천사도 눈에 띈다.

작가·출판인 40인이 추천한 올해의 책
추천인(직업)   추천한 책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나의 오두막

김원영(작가) 나는, 휴먼

김혼비(작가)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정세랑(소설가) 오늘도 자람

정지아(소설가)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최은영(소설가) 코펜하겐 삼부작

김소영(책방 주인) 가녀장의 시대

상림(장르소설 작가)  파친코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청와대의 나무들

오대리(장르소설 작가)  멘탈의 연금술

전승환(작가)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문보영(시인) 나주에 대하여

김혜진(소설가)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임선우(소설가)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김하연(소설가) 나중에

박상영(소설가)  우리,편하게 말해요

김민철(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여름과 루비

양다솔(작가) 미지를 위한 루바토

임진아(작가) 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김금희(소설가) 바닷가에서

강윤정(문학동네 문학편집자) H마트에서 울다

김태형(제철소 편집자)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박이랑(현암사 편집자) 사로잡는 얼굴들

오주형(동아시아 마케터) 음악이 아니고서는

이가은(문학과지성사 마케터) 시간강사입니다 배민합니다

이연실(이야기장수 대표)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조성웅(유유 대표) 로컬로 턴!

조아란(민음사 마케터) 소설 만세

최윤경(어크로스 편집자)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녹스

서효인(안온북스 대표, 시인)  트로피컬 나이트

한승혜(을유문화사 마케터) 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김보람(다산북스 편집자)  인생의 역사

주현선(창비 마케터)  되고 싶은 게 많은 마니

이진(사계절출판사 편집자) 목소리 순례

박정남(서점인, 교보문고) 다정한 서술자

한지수(서점인, 교보문고) 쇳밥일지

위다혜(서점인, 교보문고) 보노보 핸드셰이크

이주호(서점인, 교보문고) 가라오케 가자!

박수진(서점인, 교보문고)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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