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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독립운동 했나" 전례 드문 사면·복권 요구에 불쾌한 용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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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가 지난 7일 교정당국에 제출한 자필 '가석방 불원서'. 송봉근 기자· 김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가 지난 7일 교정당국에 제출한 자필 '가석방 불원서'. 송봉근 기자· 김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

23일 열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앞두고 대통령실이 최종 ‘특별 사면명단’을 추리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사면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관심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쏠린다. 내년 5월 출소 예정인 김 전 지사의 잔여형 집행면제와 함께, 5년간 박탈된 피선거권도 복권될지가 남은 쟁점이다. 김 전 지사 측과 야권에선 “MB의 들러리를 서진 않겠다”며 김 전 지사의 동시 사면·복권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무죄를 주장하며 아예 가석방도 거부하겠다는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대통령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런 주장에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MB와 김 전 지사를 동급으로 생각한 적도 없고, ‘댓글 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진 김 전 지사와 같은 선거 사범에게 사면과 복권을 동시에 해준 전례도 드물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김 전 지사가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마치 사면을 특권처럼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면 검토 과정에서 “MB와 김 전 지사를 짝을 지어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사면의 경우 여야 간 균형을 고려하기 마련인데, 두 사람을 같은 저울에 놓고 검토하진 않았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과 전직 도지사의 체급은 완전히 다르다”며 “김 전 지사는 다른 여당 정치인과 함께 검토될 수 있어도 그 대상이 MB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2017년 8월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의 모습. 한 전 총리는 이로부터 4년 뒤에야 피선거권을 회복하는 복권을 받게 됐다. 우상조 기자

2017년 8월 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는 한명숙 전 총리의 모습. 한 전 총리는 이로부터 4년 뒤에야 피선거권을 회복하는 복권을 받게 됐다. 우상조 기자

대통령실은 과거 사례를 들며 야당의 동시 ‘사면·복권’ 요구에도 난색을 보였다. 선거 사범의 경우 출소 후 최소 다음 선거는 나가지 못하게 하는 ‘1회 불이익’을 적용하곤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사범의 형량이 낮은 건 피선거권 박탈이란 처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2019년 선거사범인 이광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복권하며 ‘선거 불이익 원칙’ 적용을 강조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두 정치인은 형을 모두 마치고 두 번의 선거가 지나서야 피선거권을 돌려받았다. 당시 사면을 발표했던 청와대 관계자도 “동종 선거에서 두 차례 불이익을 받은 선거사범을 대상으로 했다”며 “기존에 1회 이상 불이익을 원칙보다 훨씬 강화된 기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때 함께 복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2017년 만기 출소를 한 지 4년이 지나서야 피선거권을 돌려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 전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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