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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아이 의견 들어주라는 것 아니다" 어린이가 본 아동기본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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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개최한 '아동이 묻는 아동권리와 아동기본법 토크'에서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기일 복지부 1 차관이 아동대표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지난 10일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개최한 '아동이 묻는 아동권리와 아동기본법 토크'에서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기일 복지부 1 차관이 아동대표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아동들이 어릴 때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국가에서 어떻게 지원해 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10일 열린 ‘아동과 함께 만들어가는 아동기본법 토론회’에 참여한 초등학교 5학년 홍라희양은 정부를 향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이날 토론회는 아동기본법의 주인공인 아동들이 모여 의견을 내고 궁금한 점을 정부와 국회, 민간, 학계에 묻고 답을 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에서 아동권리보장, 아동보호,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아동기본법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법률 초안을 바탕으로 5차례의 릴레이 포럼, 태스크포스(TF)팀회의, 전문가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 이어 정책당사자인 아동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6개 아동단체와 아동권리보장원, 정부가 공동으로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아동권리보장원, 굿네이버스, 세이브더칠드런, 월드비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등 7개 기관ㆍ단체를 대표하는 아동 14명이 참여했으며 아동 각자가 생각하는 아동기본법의 제정방향을 발표하고, 주요내용을 토론했다.

아동대표들은 아동의 주요 권리로 환경권, 건강권, 쉴권리와 놀권리, 보호권, 참여권 등을 꼽았다. 이들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성인들의 인식과 사회적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며,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의 노력을 촉구했다.

최은빈 아동대표(세이브더칠드런)는 “환경 자원의 세대 간 불평등을 초래하지 않으려면 아동 또한 성인과 같은 환경권의 주체임을 인정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황승찬 아동대표(유니세프한국위원회)는 “감수성이 예민한 10대의 마음건강은 인생 전체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아동의 정신건강 관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새봄 아동대표(굿네이버스)는 “아이들은 놀지 못하면 병이 든다”라며 “아이들의 건강한 마음을 위해 충분히 쉴 수 있는 공간과 교육 정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홍라희 아동대표(아동권리보장원)는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에는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아동의 경제활동 기준만 나와있고 더 어린 나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라며 “15세 미만의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자세한 근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동들이 당면한 현실에 대한 고민도 제시됐다. 김재은 아동대표(월드비전)는 “일방적인 학교폭력예방교육보다는 학교폭력 문제의 당사자인 아동들이 직접 대화를 나누고 해결책을 의논하는 쌍방향적 교육을 제공해야한다”라고 밝혔다. 이윤채 아동대표(초록우산 어린이재단)는 “아동이 원하는 참여는 아동의 의견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논의에 아동의견을 반영하고, 그 결과를 아동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성일 아동대표(한국아동단체협의회)도 “국가는 사법ㆍ행정 절차에 있어서 아동의 피청취권(참여권) 보장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사회에 아동의 입장을 제안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우리나라에는 70여개의 기본법이 있지만 아동을 위한 기본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라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실행을 담보하는 국내법이 없다는 것은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하루속히 정부, 국회, 학계, 민간단체 및 아동의 의견을 수렴해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정부는 부모급여 도입, 돌봄서비스 강화 등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등 아동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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