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속도 조절 나선 Fed, 고금리와 경기 침체 모두 대비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한·미 금리 차 최대폭 역전…거시경제 잘 관리를  

“부동산 수요 규제 완화” 윤 대통령 어제 발언 주목

어제 새벽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동안 사상 처음으로 네 번 연속으로 0.75%포인트씩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려 온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198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통화 긴축 흐름이 잦아들고 있다는 점에선 일단 한숨을 돌릴 만하다.

하지만 연준이 내년 말 금리 수준을 5.1%로 예상하고 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내년에도 금리 인하는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2007년 이후 최근 15년간 최고 수준인 미국의 고금리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리는 천천히 올리되 오랫동안 현 수준의 고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연준의 기존 방침에는 변화가 없는 셈이다.

미국을 어느 정도 따라가야 하는 우리 입장에선 금리 인상 부담이 조금은 줄었다. 한국은행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내년 최고금리 수준을 3.5%라고 밝힌 만큼 현재 금리 상단 기준으로 1.25%포인트인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내년에 최고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내외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우려가 있고, 이는 원화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0년 이후 한·미 금리 차 역전 현상이 최대폭으로 커지고 그 기간도 길어질 전망인 만큼 외환·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거시경제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내년에 계속 이어질 고금리 시대에 잘 대비해야 한다.

사실 연준 얘기와 달리 내년 말 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해도 걱정이다. 연준 발표 이후 미국 시장에서 채권 금리는 소폭 하락했다. 파월 의장이 내년에 금리 인하 계획이 없다고 공언했음에도 시장이 금리 인하 쪽으로 움직인 것은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고금리가 끝난다고 환호할 일이 아니라 그 뒤에는 경기 침체가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에겐 쉽지 않은 고난의 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어려움을 덜기 위한 최선의 정책 처방은 규제 완화이고 경제 개혁이다.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관련 수요 규제를 조금 더 빠른 속도로 풀겠다고 했다. 옳은 처방이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과도하게 도입된 부동산 규제는 이참에 풀어야 한다. 어제 거론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또 내일의 주인공인 젊은이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다. 모두 국회에서 합의를 도출해내야 가능한 일들이다. 선언에 그치지 말고 실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정치권의 리더십을 꼭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