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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정성 시비 자초할 여당의 경선 룰 변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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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00% 당원 투표로 차기 대표 뽑겠다는 국힘

‘비윤 후보 배제’ 논란으로 전대 표류 가능성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차기 전당대회를 ‘100% 당원 투표’로 치를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100만 책임당원 시대’를 거론하며 “이번 전대를 당원의, 당원에 의한, 당원을 위한 축제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은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선출하는데, 당원 투표 비율을 100%까지 늘리는 방향으로 경선 룰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1년 반 전 28만 명이던 책임당원이 79만 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었고, 20~40대 당원이 전체의 33%로 당원 연령층도 다양해졌기 때문에 당원들이 중심이 돼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당심’ 비율을 높이면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계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차기 대표 자리를 노리는 유력 후보들이 이미 경선에 돌입한 상황에서 돌연 특정 계파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룰을 바꾼다면 공정성 시비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당심(당원 투표)에선 밀리지만 민심(여론조사)에선 앞선 비윤계 후보들을 배제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당 대표 경선에 여론조사를 반영해 온 것은 ‘보수당’ ‘영남당’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하려는 취지였는데, 당원 수가 좀 늘어났다고 100% 당심으로만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논리도 군색하다. 여권 고위층의 부적절한 ‘윤심’(윤 대통령 의중) 거론도 이런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공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비윤계 인사들의 당권 도전에 윤 대통령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것처럼 언론에 흘린 셈이다.

이런 마당에 여당 비대위원장까지 친윤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경선 룰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으니, 비윤계 주자들이 “축구하다 골대 옮기는 격”(유승민 전 의원)이라며 반발하는 것도 일리가 있다. 이런 식이라면 내후년 4월 총선 공천의 키를 쥘 여당의 차기 대표를 뽑는 경선 프로세스가 표류할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은 정권이 교체된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집권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준석 파동’ 등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으로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을 깎아먹었고, 거대 야당의 몽니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정부가 요청한 77개 법안 중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능력과 인품을 겸비한 대표를 뽑아 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협상력을 키워야 할 이유다. 경선 룰을 놓고 공정성 시비의 늪에 빠진다면 누가 당선돼도 유권자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고, 내후년 총선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