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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작심발언 “유럽파 많은 일본 부럽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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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직후 황희찬(맨 왼쪽), 황인범(왼쪽 두 번째), 나상호(맨 오른쪽) 등과 함께 태극기를 펼쳐 보이며 기뻐하는 김민재. [연합뉴스]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승리로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직후 황희찬(맨 왼쪽), 황인범(왼쪽 두 번째), 나상호(맨 오른쪽) 등과 함께 태극기를 펼쳐 보이며 기뻐하는 김민재. [연합뉴스]

 “일본이 부럽다.”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인 ‘괴물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가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과 관련해 가슴속 깊이 간직한 고민을 털어놨다.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소속팀 나폴리의 겨울 전지훈련지인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떠난 김민재는 출국 직전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유럽 무대에 직행하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소속팀과 풀어야 할 게 많다. (구단이 요구하는) 이적료가 비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유럽 팀에서 제안이 올 경우엔 좋게 잘 보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부럽다”는 김민재의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일본 대표팀에는 유럽에 진출해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아 경쟁력이 있다”고 언급한 그는 “사실 비교할 거리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 엔트리 26명 중 한국은 8명이 유럽파다. 반면 일본은 절반을 훌쩍 넘기는 19명을 유럽파로 채웠다.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멤버로 활동 중인 차두리 FC 서울 유스 강화실장은 아시아 국가가 돌풍을 일으킨 비결로 ‘유럽파의 경험을 통한 경쟁력 증대’를 꼽았다.

구단이 이적료를 양보하는 것만으로 선수의 유럽 진출 도전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 K리그 구단 중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적정 수준의 이적료만 받고 선수들의 유럽 진출 길을 열어주는 팀들도 있다. 그럼에도 유럽으로 직행하는 선수가 드문 건 이적료 뿐만 아니라 선수가 받는 연봉도 줄여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소속팀 나폴리 전지훈련 캠프 합류에 앞서 15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김민재. 올겨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유럽 빅 클럽의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소속팀 나폴리 전지훈련 캠프 합류에 앞서 15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팬들에게 사인해주는 김민재. 올겨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유럽 빅 클럽의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김민재 자신이 좋은 예다. 그는 전북 현대 소속 시절이던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유럽으로 가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기수를 돌려 2019년 1월 중국의 베이징 궈안으로 옮겼다. 당시엔 중국 수퍼리그(프로 1부)가 K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 스카우트의 주목을 더 받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갔지만, 한동안 그를 원하는 빅 리그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높은 이적료와 연봉이 걸림돌이었다.

오랜 협상 끝에 선수 자신이 48억원 선으로 알려진 연봉을 20억원 가까이 깎는 결단을 내려 2021년 8월 페네르바체(튀르키예)로 옮겼다. 이후 비로소 빅 클럽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활약에 비례해 몸값과 주목도가 높아졌고, 그 결과 올여름 나폴리와 3년 계약을 맺으며 유럽 3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2018년 전북을 떠나 유럽 빅 리그 무대에 도착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이제 김민재는 유럽의 내로라하는 빅 클럽이 일제히 주목하는 ‘특급 수비수’다. 유럽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 더해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 등 여러 팀들이 김민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앞서 맨유 관계자가 김민재측과 나폴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관련 소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김민재는 올 겨울 이적설에 대해 “나폴리에 합류한 지 반년도 안 됐다. (사실과 다른) 추측성 보도가 많아 언론 인터뷰를 피하는 처지다. 자제해주시면 더 열심히 잘해보겠다”고 선을 그었다.

소속팀에 복귀한 김민재는 올 시즌 나폴리의 이탈리아 세리에A 제패에 힘을 보탠다는 각오다. 나폴리는 리그 개막 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다음 리그 경기는 내년 1월 5일 인테르 밀란전이다. 나폴리가 우승하면 1990년 후 32년 만에 스쿠데토(방패 모양의 세리에A 우승 문양)를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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