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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 상상력 덧입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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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러스트 작가이자 화가인 맥스 달튼(아래 사진)이 그린 영화 ‘기생충’.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일러스트 작가이자 화가인 맥스 달튼(아래 사진)이 그린 영화 ‘기생충’. [사진 마이아트뮤지엄]

“‘기생충’을 보고 한눈에 반했죠. 사회 비판적 시선이 좋았어요. 제가 태어난 아르헨티나도 상류 계급과 노동 계급의 격차가 커서 더 공감됐죠.”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리지널 일러스트로 유명한 작가 맥스 달튼(47)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의 개인전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이 지난 9일 서울 63빌딩 63아트 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한국 개인전은 세번째,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 당일 전시장에서 만난 달튼은 “지난해 한국 전시에 많은 관객이 와주신 걸 보고 이번엔 직접 서울에 오고 싶었다”면서 “5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기생충’ 촬영장소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계 오스트리아인과 오키나와인 사이에서 태어난 달튼은 미국 뉴욕에서 대중문화와 유명인사 등을 재조합한 작품을 그려왔다. [뉴스1]

유대계 오스트리아인과 오키나와인 사이에서 태어난 달튼은 미국 뉴욕에서 대중문화와 유명인사 등을 재조합한 작품을 그려왔다. [뉴스1]

달튼은 20년간 뉴욕에서 활동해온 작가로 대중문화·유명인사 등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조합한 작품들을 그려왔다. 완벽한 구도, 색채의 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는 거의 전작을 일러스트에 담았다. 앤더슨 감독이 직접 참여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트북 표지와 삽화를 비롯해서다.

특히 영화 속 공간의 세부 요소, 인물들을 ‘인형의 집’처럼 그린 단면도 시리즈가 달튼의 대표작이다. 원작 장면 그대로가 아니라 그의 해석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들여다보게 하는 세세한 묘사와 기발한 상상이 특징이다.

봉 감독의 천만 영화 ‘괴물’의 경우 괴물의 뱃속에 강두(송강호) 가족이 밥을 먹는 극 중 판타지 장면을 배치했다. 이를 비롯해 ‘살인의 추억’부터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봉 감독의 영화 테마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작업했다.

‘기생충’ 박사장(이선균)의 저택 단면도는 단연 백미다. 파국이 벌어지기 직전의 집안 풍경을 등장인물 간 계급 격차가 한눈에 드러나게 묘사했다. 지상에선 부부인 걸 감춘 가정부 충숙(장혜진)과 운전기사 기택(송강호)이 박사장 부부의 시중을 들고 있고 그 아래로 지하실에 기생하는 문광(이정은) 부부의 모습이 담겼다. 흙 속에 묻힌 개의 뼈와 지층 등은 달튼이 상상을 보탰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는 상류층과 노동계층이 있고 누가 누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복잡하다. 그런 주제를 세세한 풍경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영화, 드라마는 사회 비판 주제가 인상적이다. 최근에 본 ‘오징어 게임’도 그런 면에서 잘 짜인 흥미로운 작품”이라면서 “향후 한국 작품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대계 오스트리아인과 오키나와인 사이에서 태어난 달튼은 아르헨티나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3살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여러 언어를 배우며 아시아, 유럽 문화와 대중예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17살 때 잠시 고전 유화 수업을 들은 걸 제외하면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그림 세계를 구축해왔다.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음악대학에 입학해 여러 악기를 배웠고, 2004년 파리에서 화가 겸 재즈 기타 연주자로 활동했다.

이번 전시에선 ‘스타워즈’ ‘쥐라기 공원’ ‘이터널 선샤인’ ‘007’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장르 영화뿐 아니라 비틀스, 밥 딜런 등 음악 거장들의 LP 커버, 유명 화가의 작업 모습을 담은 시리즈 등 작품 13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10월 2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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