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법인세 1%P 인하 중재안 수용” 여당 “언발 오줌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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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장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 세율을 정부안보다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김 의장,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장진영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김 의장이 제시한 법인세 최고 세율을 정부안보다 1%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수용했다. 오른쪽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김 의장,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장진영 기자

2023년 정부 예산안이 15일 국회 본회의에 끝내 오르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대 쟁점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정부안 25→22%)를 놓고 24% 안을 중재안으로 냈지만 합의를 끌어내진 못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용 의사를 냈으나 국민의힘은 “법인세 1%(포인트) 낮추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주호영 원내대표)라고 했다.

2차 협상 시한이던 이날까지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국회 예산안 처리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국회는 이미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을 어겼고 정기국회 종료일(9일)을 엿새나 넘긴 상태다.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한국판 ‘셧다운(shutdown·정부 폐쇄)’이라 할 수 있는 준(準)예산 사태가 발생한다. 정치권에선 헌정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수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간 여야 간 끝장 대립을 보여 온 도드라진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정부는 영업이익 3000억원 초과 법인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출 것을 주장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또 기존 정부안의 대통령실 이전 관련 비용,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이른바 ‘시행령 통치’ 관련 예산과 예비비 등도 민주당은 삭감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날을 협상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 정부 원안 또는 야당 수정안을 표결하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오전 주호영(국민의힘)·박홍근(민주당) 원내대표를 불러 직접 2차 중재안을 제안했다. 1%포인트만 내리는 것이다. 앞선 1차 중재안에선 정부안대로 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이었다.

중재안이 나온 지 5시간여 만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 특히 법인세를 두곤 “어린아이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가짜 엄마와 진짜 엄마가 서로 당길 경우에는 결국 진짜 엄마가 손을 놓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선회를 두고 민주당에선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 “밀어붙여도 실익이 크지 않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공전 중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입장은 더디게 나왔다. 당시 원내지도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나온 주 원내대표의 입장은 유보적이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외국 자본 유치 투자 경쟁에서 법인세 1%포인트 인하가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수용 여부 판단 보류”로 의견이 모였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 등 외에도) 쟁점이 있는 항목이 6~7개가 더 있다”며 “(민주당과) 나머지 협상을 계속해서 최종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1%포인트 인하안에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법인세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김 의장이 선택이 중요해졌다. 그가 이대로 본회의를 연다면 야당 예산안(수정안)이 통과될 수 있다. 타협을 촉구하며 본회의를 열지 않으면 합의 가능성이 올라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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