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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폭 22년 만에 최대인데…한은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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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0년 10월(1.5%포인트) 이후 22년여 만의 최대폭이다. 한·미 기준금리 차만 보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의 보폭을 넓혀야 하지만 식어 가는 경기와 자금시장의 불안 등 국내 여건이 만만치 않다. 한은이 내년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다음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FOMC 결과를 받아든 금융당국은 15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평가를 내놨다. Fed가 금리 수준을 높였지만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한은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추가 빅스텝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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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은은 Fed처럼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한다(higher for longer)’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근원물가(가격 변동이 큰 농산물·석유류 제외)가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는 등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한번 오른 물가가 쉽게 내리지 않는 현상)’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더 커진 한·미 금리 격차는 부담이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Fed가 생각하는 금리 인상의 종착점은 연 5.1%(중간값 기준) 수준이다. 반면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한은의 최종 금리 수준은 연 3.5% 수준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연 5~5.25%까지 인상하고 한은이 연 3.5%까지 올리면 기준금리 격차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이 금리 인상의 보폭과 최종 금리 수준을 더 높이기엔 부담이 크다. Fed는 이날 경제전망요약(SEP)에서 내년 미국의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 1.2%에서 0.5%로 내렸다. 미국의 경기 둔화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지난 11월 한 금통위원은 “물가 상승 압력의 확대를 경계할 단계는 지났다”며 “실질소득과 구매력의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11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사상 최초로 4%를 돌파했다. 이 여파로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연 7% 후반까지 치솟는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36%포인트 오른 4.34%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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